'공약 개발' '블랙리스트'…전 정권 수사 속도 내는 검찰

/사진=뉴스1

검찰이 '공무원의 대통령선거 공약 개발'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사 범위를 확대하며 지난 정부 의혹을 캐내는 데 주력하는 모양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경근)는 정영애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경선 전 차관을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앞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가 대선을 4개월쯤 앞둔 지난해 11월 두 사람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대선 공약 자료를 요구받은 여가부가 공약 초안을 만들어 민주당에 전달하는 데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을 불러 조사하면서 공약 초안 작성에 관한 지시를 내리고 중간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전 장관 등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공약 개발 의혹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에는 정부 각 부처에 지난달 18일까지 특정 정당 관계자로부터 공약 자료 제출 요구를 받았는지 여부를 회신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여가부 선거개입 의혹 관련 수사상 필요성에 의해 수사협조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신 결과 요청 사실과 증거 등이 확보된 것으로 확인되면 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사건이 정당뿐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고발한 사건이다. 단순한 정치적 고발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또한 대선 공약 제출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의뢰했는데, 산업부 또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2016년 제20대 총선,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도 비슷한 의혹이 있었는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수사 대상 등이 확대될 수 있다.

서울고검의 움직임도 주목받는다. 서울고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기소하면서도 가담 의심을 받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전 민정수석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했는데, 국민의힘이 즉각 항고했다.

이 사건은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당시 시장 후보)의 당선을 도우려고 경선 경쟁자에게 출마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이다. 송 시장의 경쟁 상대였던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비위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했다는 '하명 수사' 의혹도 있다.

검찰은 2020년 1월 송 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사건에 관여한 의혹을 받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해서는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지만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서울동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형원)에서 진행하는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청와대 핵심 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대한 영장이 발부될 경우 수사 동력이 커지며 진전을 보일 수 있다.

백 전 장관은 재직 시절 13개 산하기관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A 기관의 후임 기관장 임명과 관련해 부당한 지원을 하고 B 기관이 후임 기관장 임명 전 시행한 내부 인사에 대해 취소를 했다는 의혹 등도 있다.

검찰은 9일 백 전 장관을 출석시켜 14시간 정도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앞서 산업부로부터 사표 제출 압박을 받았다는 전직 기관장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청와대 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박상혁 민주당 의원을 조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7일 검찰이 참고인 조사 요청을 했고 필요하다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