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군침 흘리는 카카오T…'8800원 택시' 또 오나

/사진=뉴시스

국내 최대 택시 호출 앱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설이 부상한 가운데, 택시 호출요금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단기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PEF) 지분이 늘수록 카카오T '수익본능'도 극대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개하는 플랫폼 가맹·중개사업은 요금이 자율 신고제인 만큼 지난해 '8800원 택시'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매각설이 불거진 지난 14일 사내 커뮤니티에 "혹시나 주주 구성 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크루(임직원)분들의 권리가 침해받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동요가 커지자 대표로서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냈지만, 주주 구성이 달라질 수 있는 점은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올 초 MBK파트너스는 카카오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40%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카카오가 정치권의 집중타깃이 되면서 카카오모빌리티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린 데다, 시장 환경 악화로 기업공개(IPO)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최대 모빌리티 기업으로서 성장성은 확실해 MBK 외에도 다양한 사모펀드에서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지분은 △카카오 57.55% △TPG 컨소시엄 29.04% △칼라일 그룹 6.21% △LG 2.47% △구글 1.53% △GS리테일 1.32% △GS칼텍스·에너지 0.74% 등이다. 미국계 사모펀드(TPG·칼라일) 지분이 총 35%를 넘는다. 택시단체와 늘 긴장관계에 있는 모빌리티 산업 특성상 대기업보단 사모펀드가 추가 투자자로 유력하다.
자율신고제인 카카오T택시 호출비, "언제든 인상 가능"문제는 사모펀드 비중이 늘수록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준공공재 역할을 해온 카카오T 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행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플랫폼 가맹·중개사업은 요금이 자율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마음만 먹으면 일반택시 스마트호출비(최대 2000원)와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 호출비(최대 3000원)를 인상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호출비를 1000원 정액제(야간 2000원)에서 최대 5000원으로 인상했다가 소비자와 택시기사로부터 "택시 기본요금보다 비싼 호출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일주일 후엔 카카오T바이크 이용요금까지 올리면서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모든 요금인상 계획을 철회했지만, 이후 카카오에 대한 정치권의 견제가 본격화됐다.


IPO를 앞두고 카카오 본사보다는 2, 3대 주주인 FI(재무적 투자자) 입김에 휘둘려 급하게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가 무리수를 둔 것이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는 단기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목표인 만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시 택시호출비를 비롯한 플랫폼 이용료 인상은 시간 문제"라며 "그동안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대리운전 기사 등 기존 사업자와 충돌할 때마다 카카오의 '사회적 책임 성장' 기조에 맞춰 한발 물러섰으나, 사모펀드가 주인이 되면 그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에선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과도한 견제가 매각 이슈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정부 규제 강화로 사업 확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치가 최대일 때 매각하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이익 추구가 최대목적인 사모펀드에 매각하면 이용요금이 올라 소비자 입장에선 부정적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규제가 '양날의 칼'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