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찬 '징역 35년' 선고되자 유족들 오열했다…"사형 했어야"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스토킹으로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이 29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2021.11.29/뉴스1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한 끝에 살해한 김병찬(36)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병찬에게 16일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 15년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내렸다.

법정에서 김병찬과 변호인단은 범행이 우발적으로 일어났다며 법리상 보복살인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A씨를 살해할 계획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병찬이 범행에 앞서 흉기를 검색하고, 도망치는 피해자를 쫓아다니며 여러 차례 찌른 점을 지적했다. 김병찬이 구조를 요청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도주한 점도 불리한 정황으로 반영했다.

김병찬은 보복살인 범행 이전에 법원의 금지명령을 어겨가면서 A씨를 감금·협박하고 A씨가 일하는 회사에 찾아갔다. 또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어 불안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병찬에 △소년보호 송치 처분 1회 △별도의 죄로 받은 벌금형 70만원 △전자금융거래법을 위반해 받은 벌금형 200만원에 별다른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

또 "이 사건 이전에는 범죄 성향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생명을 박탈하거나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유기징역을 선고한 배경을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변론 종결에 앞서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날 유족들은 "무기징역이 선고될 줄 알았다. 사형 선고를 했어야 하지 않냐"며 오열했다.

김병찬은 지난해 11월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 찾아가 전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사건 당시 A씨는 경찰에게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를 통해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장에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는 김병찬이 치명상을 입힌 뒤였다.

A씨는 발견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경찰은 대구로 도주한 김병찬을 살해 다음날 검거했다.

검찰은 2020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반복적으로 A씨의 집에 침입하고 특수감금·협박·스토킹을 저지른 혐의도 받았다.

김병찬은 A씨가 자신과 결별하려고 하자 각종 범행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 앞서 법원은 김병찬에 대해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내렸다. 또 경찰은 스토킹 범죄를 4차례 신고한 A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등 신변보호조치를 제공했지만 참변은 막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