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조선 수주 절반이 이중연료추진선…저유황유 치솟자 친환경선 인기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의 운항 모습/사진제공=현대중공업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선박유로 쓰이는 저유황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찍으면서 LNG(액화천연가스)추진선 등 저유황유를 대체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선박 발주가 늘기 시작했다. 올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가 수주한 선박의 44%가 이중연료추진선박이다. 선가가 비싸더라도 환경 규제를 충족하는 선박을 선호하는 선주들이 많아지면서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가 올해 수주한 선박 154척 중 68척이 LNG나 메탄올을 대체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선박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조선해양은 111척 중 30척, 대우조선해양은 24척 중 24척, 삼성중공업은 19척 중 14척이 이중연료추진선박이다.

올해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 중 이중연료추진선이 아닌 나머지 선박도 대부분 황산화물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하거나 향후 LNG, 암모니아, 수소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발주량 중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은 32.7%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운항 중인 선박 중 대체연료 추진선 비중도 4.5%로 지난해 3.9%, 2017년 2.2%를 넘어섰다.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 안에 이 수치가 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

저유황유 가격 상승세가 길어질수록 이중연료추진선박 수요는 높아질 전망이다. IMO(국제해사기구)는 2020년 선박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강화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선 가격이 비싼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스크러버를 사용해 고유황유에서 배출되는 황산화물을 줄여야 한다.


LNG 추진선 등 대체연료선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친환경적이지만 선가가 비싸 그동안 발주량이 많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연평균 535달러였던 톤당 저유황유 가격이 최근 1137달러까지 약 112.5% 상승하면서 이중연료추진선을 선택하는 선주들이 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원유 공급이 제한되면서 선박용 저유황유의 가격은 치솟는 상황이다.

이중연료추진선 수요가 늘어나면서 LNG선박의 선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최근 LNG선의 선가는 2억2900만 달러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와 비교하면 약 21% 상승했다. 한국조선해양이 가장 최근에 수주한 LNG선박의 가격은 척당 3000억원이 넘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요즘 발주 나오는 선박 대부분이 친환경선박이어서 선박유를 쓰던 시대는 저물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중연료추진선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선가도 당분간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직 상반기인 만큼 연말까지 수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채워진 국내 조선사들이 비싼 이중연료추진선박을 선별 수주해서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연말까지 지켜보고 비교해야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