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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쓰레기" 인플레 시대, '대가' 조언에 갸우뚱...그럼 어디 투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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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시영 기자
  • 송지유 기자
  • 김재현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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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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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i(인플레이션) 시대 생존전략(下)

[편집자주] 팬데믹은 세계를 멈추게 했고, 각국은 돈을 풀어 세상에 활력을 불어넣으려 했다. 이런 유동성 파티는 이제 높은 인플레이션이라는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 i(인플레이션)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요즘 최고 재테크는 자기개발?"…인플레 시대, 어떻게 투자할까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0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사진은 뉴욕 브루클린 링컨마켓의 식료품 매대./AFP=뉴스1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로 40년래 최고치를 찍었다. 사진은 뉴욕 브루클린 링컨마켓의 식료품 매대./AFP=뉴스1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화폐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근로소득으로 사는 일반인들은 같은 일을 해도 버는 돈은 줄어드는 현상이 생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투자를 한다면 어디에 해야 할까. 다수의 투자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의 투자법은 한 마디로 실물자산 보유다. 현금을 갖고 있으면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현금은 쓰레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인플레이션으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리지워터는 관리자산 1500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이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달리오는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회사채 하락에 베팅한다"면서 미국과 유럽이 장기 침체에 접어들었으며 중국이 곧 세계 초강대국으로 미국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겸 공동 최고 투자책임자(CIO)/AFP=뉴스1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겸 공동 최고 투자책임자(CIO)/AFP=뉴스1

캐나다의 억만장자 투자자인 케빈 오리어리도 지난 4월21일 CNBC에 "인플레이션 시대에 돈을 갖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은행에 저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 예금금리는 낮은데 (당시) 물가상승률은 6%가 넘는다"며 물가상승률에서 예금금리를 뺀 차이만큼 현금 가치가 줄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미 거부인 이들 투자 대가들의 조언이 보통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됐던 1960년대 후반에서 1982년까지 15년간 다우존스 지수는 22%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적인 하락률은 70%가 넘는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통계다.

■ 버핏 "자신에 투자하라…남이 뺏어갈 수 없는 기술·능력 갖춰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AFP=뉴스1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AFP=뉴스1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지난 4월 30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장 좋은 투자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는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인가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당신이 이 도시에서 최고의 의사라면, 또는 최고의 변호사라면, 무엇이든 최고라면 사람들은 당신이 제공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자신들이 생산하는 무엇인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은 화폐와 달리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수요가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돈의 가치가 얼마나 떨어지든 상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당신이 갖고 있는 능력은 누구도 당신에게서 빼앗아갈 수 없고 인플레이션도 당신의 그 능력을 훼손할 수 없다"며 "가장 좋은 투자는 당신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고 여기에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핏은 2009년 주주총회에서도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자신과 자신의 기술에 투자하라고 언급했는데, 당시 그는 "두 번째로 좋은 방어법은 멋진 비즈니스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어떤 기업이 가격을 올리더라도 그 회사가 만든 제품에 대해 수요가 있는 비즈니스를 의미하는 것이다.

■ 관망도 투자…"요즘 투자에서 손 뗐다"

스탠리 드러켄밀러/AFP=뉴스1
스탠리 드러켄밀러/AFP=뉴스1
전문 투자자라고 늘 투자만 하지는 않는다. 헤지펀드계의 전설이자 억만장자 투자자로 알려진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투자를 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9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현재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급반등을 펼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단타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선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보다 한 발 떨어져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하락장을 경험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보다 하락세 그 자체를 피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임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 "인플레 시기,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돈벌 수 있어"

반면 이런 때 '좋은 기업' 주식을 찾으라는 의견도 있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대로 투자하는 펀드'로 잘 알려진 아메리칸 센추리 인베스트먼트의 부사장인 마이클 리는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의 기업들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 증가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만큼 가격 결정력과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찾으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이자 월가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도 지금과 같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히려 주식 매수 기회라고 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걸 교수는 "올해 들어 미국 증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하락장을 잘 이용해야 한다"면서 "증시가 향후 5%, 10% 더 하락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 주식에 투자할 경우 1년 뒤에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막스 회장은 지난달 4일(현지시간)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2'에서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좋은 기업의 내재가치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밀컨 회장이 "과거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한 시기에 많은 주식의 가격이 떨어졌다"고 하자 막스 회장은 "좋은 주식을 '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으며, "좋은 기업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인플레 시대, FAANG 2.0 투자에 주목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AFP=뉴스1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AFP=뉴스1
최근 블룸버그통신, 포브스 등 외신에서는 새로운 '팡(FAANG)'을 인플레이션 시대 투자처로 언급했다. FAANG은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등 수년간 뉴욕증시 호황을 이끌어온 기술주를 통칭하는 용어인데, 전쟁과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아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FAANG 2.0'을 다시 정의하면서 이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BoA메릴린치가 제시한 FAANG 2.0은 △Fuels(에너지) △Aerospace & Defence(항공·군사) △Agriculture(농업) △Nuclear & Renewables(원자력·재생에너지) △Gold & Metals(금과 광물)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FAANG 2.0'을 처음 제안한 BoA메릴린치 전략가인 로런 J. 산필리포와 조셉 P. 퀸란은 "우리는 전쟁과 고물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새로운 투자의 시대를 맞았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항공, 농업, 원자력, 금 등을 포함하는 'FAANG 2.0' 지수를 자체 도입했는데, FAANG 2.0 지수가 지난 2년간 63% 상승률을 보였으며 이는 기존 FAANG 대비 수익률이 2배 높다고 전했다.

■ 기요사키 "금·은·가상화폐 투자가 낫다"

로버트 기요사키/AFP=뉴스1
로버트 기요사키/AFP=뉴스1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여러분이 큰 부자가 될 기회"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그는 글로벌 금융시장 붕괴를 예고하며 "가능한 금, 은 그리고 비트코인을 사두라"고 밝힌 바 있다.

기요사키는 과거부터 줄곧 "현재 금융시장의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통화당국, 월가 투자자들의 무능함 때문"이라며 저축하지 말고 금과 은,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를 권유해 왔다.

다만 암호화폐 가격은 증시와 맞물려 추락한 상황이다. 투자 의견도 크게 엇갈린다.




금리 꼭 올려야 돼? 진짜 '총'까지 챙긴 1980 美 '인플레 전투'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AFPBBNews=뉴스1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 /AFPBBNews=뉴스1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의외로 41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사이 미국 증시는 휘청거렸고, S&P500지수는 공식적으로 약세장에 진입했다.

■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전 연준의장

연준의 금리 인상 움직임은 1980년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유명한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을 떠올리게 한다. 볼커 전 의장은 카터 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의장으로 지명됐으며 1979년 8월 연준의장에 취임했다.

1970년대 미국은 두 차례에 걸친 '오일 쇼크'를 겪었으며 70년대 전반에 걸쳐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를 좀먹고 있었다. 1979년 인플레이션이 13%를 넘어서자, 볼커 전 의장은 미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 나섰다.

1979년 8월 취임한 볼커는 같은 해 10월 6일 11.5%였던 기준금리를 단숨에 15.5%로 4%p 인상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이날은 후일 언론에 의해 '토요일 밤의 학살'로 명명됐다. 볼커 전 의장은 1979년 평균 11.2% 수준에 머물던 기준금리를 1981년 6월 최고 20%까지 올리며 인플레이션과 싸웠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은행 대출금리는 1981년 21.5%까지 급등했으며 미국경제는 1980~1982년 경기후퇴와 고용저하가 지속됐다. 당시 미국 실업률은 11% 가까이 치솟으면서 건설, 농업,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자동차 딜러들은 안 팔린 자동차의 키를 연준으로 보냈으며, 부채로 고통받는 농부들은 트랙터를 몰고 워싱턴으로 몰려와서 연준이 위치한 에클레스 빌딩을 봉쇄했다. 살해 위협까지 받은 2미터 장신의 볼커 전 의장은 권총을 차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볼커 전 의장의 금리인상 조치는 결국 먹혔다. 1980년 3월 14.8%로 최고치를 경신했던 인플레이션은 1983년 3% 아래로 하락했다. 볼커는 1982년부터 긴축정책 전환에 나섰으며 1983년부터 미국 경제는 반등하기 시작했다.

■ 美 연준의 연이은 금리 인상

지난 5월 연준이 22년 만의 최대폭인 '빅 스텝'(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에서 0.75%p 인상(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배제하고 두 번 정도 0.5%p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과 달리 전년 동월 대비 8.6% 상승하는 등 41년 만의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 연준의장은 결국 0.75%p 인상을 발표했다.

미국과 기준금리가 같아진 한국 역시 당분간 금리인상이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 스탠스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7월) 빅스텝 전망도 나온다. 다만 16일 골드만삭스가 한국의 연말 기준금리를 2.75%로 예상하는 등 연내 기준금리가 미국에 역전될 가능성도 보인다.(미국의 연말 예상 평균 기준금리 3.4%) 높은 가계부채 비율 등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난 60살, 은퇴 2년 만에 다시 출근한다…살인 물가 때문에"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노동시장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년층 인구가 예상을 뛰어 넘는 생활비 부담에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살인적인 물가 상승이 노동시장의 변화를 몰고 왔다. 은퇴를 선언했던 노년층 인구가 예상을 뛰어 넘는 생활비 부담에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 미국에 사는 앤서니는 지난 2020년 다국적 해운회사에서 퇴직했다. 당시 그의 나이 58세. 평소 상사와 관계가 껄끄러웠던 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일을 관뒀다. 충동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나름 꼼꼼하게 자산 현황과 소비 규모 등을 분석해 은퇴 계획을 세웠다. 풍족하진 않아도 여생을 보내기에 부족하지 않다는 계산이 섰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겼다. 무섭게 오르는 물가 때문에 생활비가 급증했고 올 들어 저축액이 20%나 줄었다. 애초 그의 계산에는 인플레이션(화폐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 변수를 반영하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최근 예전 직장에서 복귀를 제안했을 때 앤서니는 즉시 수락했다. 60세 이후에는 편하게 쉬고 싶다는 희망도 접었다. 그는 "2년 전과 급여가 똑같아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오히려 수입이 줄었다"며 "그러나 생활물가가 언제쯤 떨어지려나 매일 불안해하는 것보다 다시 출근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은퇴 취소" 다시 일하는 노년층…학업 중단, 취업하는 대학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선 은퇴를 취소하는 노년 인구가 늘고 있다. 식료품부터 휘발유까지 생활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은퇴 자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대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에선 은퇴를 취소하는 노년 인구가 늘고 있다. 식료품부터 휘발유까지 생활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은퇴 자금이 조기에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전 세계를 뒤덮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노동시장까지 바꿔놓고 있다. 조기 은퇴를 선언했던 노년층이 다시 일자리를 찾는 '은퇴 취소(un-retirement)' 사례가 잇따르는가 하면 학업을 잠시 쉬고 취업하는 대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2020~2021년 팬데믹 2년이 직장을 관두는 '대퇴사의 시대'였다면 2022년은 그야말로 '대취업의 시대'다.

최근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55~64세 미국 성인의 64%가 일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과 비슷한 수치로 장년층 퇴직자들이 노동 시장으로 복귀했거나 은퇴를 미루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 전미은퇴연구소(NRI) 조사에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 출생)'와 'X세대(1965~1976년 출생)'의 13%가 "퇴직 시기를 미뤘거나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미국의 한 홈디포 매장에 채용 공고가 게시돼 있다./ⓒ AFP=뉴스1
미국의 한 홈디포 매장에 채용 공고가 게시돼 있다./ⓒ AFP=뉴스1
미 노동부 자료를 분석해봐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미국 55세 이상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10월 38.4%에서 올 3월 38.9%로 0.5%포인트 증가했다. 미국 정부는 이 기간 55세 이상 인구 48만명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 얼리샤 머널 은퇴연구센터장은 "일련의 통계들은 나이 든 근로자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학업을 내려 놓고 돈을 벌려고 취업시장을 두드리는 대학생들도 늘었다. 미국 국립학생정보센터(NSCRC)에 따르면 올해 4년제 대학교 봄학기를 등록한 학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만2000명(4.7%) 감소한 1408만5000여명이다. 2·3년제 전문대학교(커뮤니티 컬리지) 등록자 수도 크게 줄었다. 미국 내슈빌주립커뮤니티컬리지 총장인 샤나 잭슨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선 우선 돈을 벌고 나중에 학교로 돌아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 버거운 생활물가, 돈 가치 '뚝뚝'…정년 개념마저 붕괴

"현금=쓰레기" 인플레 시대, '대가' 조언에 갸우뚱...그럼 어디 투자해요?
은퇴 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야 할 노년층,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학생 등이 일터로 몰리는 것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급등한 소비자 물가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과 공급망 붕괴가 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적인 에너지·식품 가격 등을 끌어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글로벌 채용전문회사 헤이스의 가엘 블레이크 이사는 "최근 노년층과 학생들이 노동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전통적인 정년의 개념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미국의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물가가 오르면 돈의 실질가치가 떨어져 투자로 수익을 내거나 돈벌이 기간을 늘려야 한다. 특히 물가상승률(미국 8%대, 한국 5%대)이 금리(투자수익률)보다 높아진 현 시점엔 더 오래 일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지금보다 사정이 나아져 연간 물가상승률이 4%를 지속한다고 가정할 때 오늘 현금 1억원의 실질가치는 10년 뒤 8200만원, 20년뒤 6800만원, 30년 뒤 5600만원 안팎으로 낮아진다.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갖고만 있어도 절반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미국·영국 등 주요국가의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유지하는 배경에도 비싼 물가가 있다. 컨설팅기업 RSM의 조셉 브루스엘라스 수석 경제학자는 "저금리, 저물가 환경에서 고정 수입으로 생활하려던 고령 인구들이 노동시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은퇴할 여건을 만들기 위해 다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한 시니어 취업 박람회장 창구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미국의 한 시니어 취업 박람회장 창구에서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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