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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5년짜리' 투자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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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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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
이진우 국장
새 정부가 출범하면 대통령이 정권 초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간담회를 열고 이 자리에서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상생 등과 관련한 계획들을 발표하곤 했다. 발표라기보단 '보고'에 가깝다. 대통령과의 '어색한' 만남을 앞두고 새 정부가 바라는 포인트를 잡아 퍼즐을 푸는 첫 번째 단계다. 자발성이 결여됐으니 5년마다 포장지만 덧씌워지는 '숙제 제출용' 투자·고용보따리란 비아냥도 있다.

대기업들의 전략적 투자는 그 자체가 미래 경쟁력 확보이자 생존의 열쇠인데 유독 정권 초에, 그것도 새 대통령을 만나러 갈 때나 만나고 와서 발표가 집중되니 진정성, 신선도가 떨어진다. 특히나 이번엔 과거 '저승사자'로 불린 특수부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재계의 긴장도가 한층 높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을 만나고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커졌다.

5년간 1000조원. 지난달 주요 대기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천문학적인 돈보따리를 풀겠다고 나섰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하는 발표치곤 방식과 규모가 좀 이례적이다. 많은 그룹이 한날 동시에 투자계획을 내놓는가 하면 먼 미래를 내다본 디테일이 한층 강화됐다. 총수들이 어디 한 군데 모여 발표하는 방식도 아니었다. 새 정부의 '민간주도형 성장' 정책에 부합하는 움직임이다.

삼성은 5년간 미래 먹거리, 신성장 IT(정보기술)분야에 450조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63조원을 투자한다. 이어 SK 247조원, LG 106조원, 포스코 53조원, 롯데·한화 37조원, 현대중공업 21조원, GS 21조원 등의 투자 청사진 발표가 줄을 이었다. 통상 홍보효과를 노린 발표는 '단독'으로 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에 가장 좋은 타이밍을 잡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이번엔 투자규모가 많든, 적든 경쟁사와 눈치싸움을 하지 않고 각자 스케줄대로 공표한 흔적이 엿보인다. 대충 '묻어가려는' 의미만 아니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부자연스럽다'는 삐딱한 시선도 있지만 그래도 대통령 앞에서 한자리에 모여 화려한 '투자 PT(프레젠테이션)'를 한 과거 모습보단 한결 낫다. 억지로 쥐어짜냈다고 하기엔 그래도 투자내용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새 정부의 민간주도형 성장기조에 맞춰 기업의 역할과 비중이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다만 대부분 투자가 '5년'에 맞춰진 데다 한치 앞이 어두운 작금의 경제상황이 더해져서인지 '형식'에 방점을 두느라 우선순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소리도 나온다. 규제완화·최저임금·주52시간제·중대재해처벌법 등 가장 힘든 현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여전하다.

정부가 당근인지 채찍인지 모를 규제완화 등의 정책을 앞세우고 기업이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의 투자방식으로는 더이상 미래 경쟁력 확보나 기업가정신의 진정성을 떠올리기 어렵다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 우리(정부)는 너희(기업)를 위해 최선의 정책을 펼칠 것이고 우리(기업)는 나랏님(정부)을 위해 최선의 투자를 다짐한다는 정권 초 쌍방의 '정신승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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