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균등분할 주담대, 주거래은행 갔더니 한도 1억 적네…이유는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사진=뉴시스

원금균등분할 방식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이 은행별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나 금리 등 조건이 같아도 은행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돈에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DSR 도입 취지와 소비자 혼란 가능성을 감안해 기준을 일정 부분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지적과 은행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금균등분할' 상환 주담대 DSR 산출 방식이 은행별로 달랐다. 원금균등분할 상환은 원리금균등분할 상환 방식과 달리 대출 원금만 대출 기간에 나눠 낸다. 원금이 줄다보니 매년 내는 이자가 감소한다. 일부 은행은 대출 후 1년이 지나 처음 내는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DSR을 계산한 반면 다른 은행은 만기까지 갚아야 하는 총 원리금을 대출 기간으로 나눈 '평균'으로 DSR을 계산했다.

대출 후 1년이 지나 처음 내는 원리금 상환액을 기준으로 하면 DSR이 높게 나온다. 결과적으로 대출 한도가 적어진다. 연 소득이 6000만원인 A씨가 규제 지역에서 시세 10억원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만기 30년에 금리 5%로 원금균등분할 상환 주담대를 선택하면 약 2억9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반면 다른 은행에선 대출 가능 금액이 약 3억7000만~8000만원으로 뛴다.

현행 제도 하에서 '잘못한 은행'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당국은 DSR 산출 기준을 은행업감독규정, 여신전문금융업감독업무시행세칙 등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데, 원금분할상환 방식에 대해 '갚아야 할 원금'을 '분할 상환 개시 이후 실제 상환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제 차주(대출받은 사람)가 실제로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토대로 DSR을 계산해야 하는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지만, 사례나 가이드라인은 없다.

다만 DSR이 대출 규제로 작용하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등 고객별 차이가 아니라 단순히 계산식 때문에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건 소비자 개개인의 상환 능력에 맞게 대출을 실행하라는 DSR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DSR 규제 자체가 자율규제인 만큼 은행마다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어느 은행을 가도 대출 한도가 똑같으면 각기 다른 은행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겠느냐"며 "자율에 맡겨야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DSR 산출 기준 통일보다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확실히 제공하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 마련을 검토 중이다. 현재 주요 은행으로부터 각자의 DSR 산정 기준을 제출받아 살펴봤는데, 필요하다면 조만간 은행권과 함께 개선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DSR 산출 기준 차이가 소비자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은행들과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은 최근 금융당국이 실수요자에 대해선 대출 한도를 늘려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어 대출 후 첫 해가 아닌 만기 전체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계산을 권고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며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