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상제 개편, 분양가 4% 오른다..'공급'보다 '물가' 택한 尹정부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사진은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아파트 현장 모습. 2022.3.25/뉴스1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서울 등 수도권 주택 분양가격이 1.5~4%, 지방은 1% 가량 올라간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분양가격 기준으로 지금보다 평당(3.3㎡) 약 53만원~142만원 가량 오르는 수준이다. 새 정부가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분양가격 상한제(분상제)와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편하기 때문이다.


분상제 개편은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1호로 꼽혔지만 정부가 주택공급보다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으면서 인상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올해 물가 상승률(4.7%)를 밑돌 전망이다.
원자재 값 급등시 3개월 이내 적시 반영+조합 이주비 등 비용 반영..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내달부터 최대 4% 인상요인국토교통부는 20일 분상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을 통한 '분양가격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격 개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동산 공약이었다. 서울과 수도권은 분상제로, 그외 지역은 고분양가 심사제로 사실상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는데 규제 완화를 통해 분양가격을 현실화 하겠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에 따라 재개발, 재건축 사업 분양가격은 종전 대비 약 1.5~4% 가량 오른다. 새 정부가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4.7%를 밑도는 수준이다.

분상제는 이번에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 산정 방식을 바꿔 분양가격을 최대 4% 가량 올린다. 가산비는 재개발, 재건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들어가는 명도 소송비, 주거이전비·이사비, 영업손실 보상비, 이주를 위한 금융비, 총회운영비 등이 이번에 처음으로 분양가격에 포함 된다. 이주비 항목은 조합원이 이주를 위해 대출을 받으면 일정 상한액 범위 안에서 이자 비용이 분양가격에 포함 된다. 총회운영비는 총회나 대의원회 등 개최비를 총 사업비의 0.3% 정액 반영해 주기로 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 분을 적시 반영하기 위해 기본형 건축비 산정 방식도 바꾼다. 국토부는 정기적으로 3월과 9월에 기본형 건축비를 고시한다. 주요 자재인 레미콘, 철근, PHC 파일, 동관 값은 정기고시 이후 3개월 지나 개별 자재 가격이 15% 이상 오르면 비정기적으로도 고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르면 7월부터 4개 자재 대신 사용빈도가 높은 5개(레미콘, 철근, 창호유리, 강화합판 마루, 알루미늄 거푸집)로 바꾸고 레미콘, 철근 값의 상승률 합이 15%를 넘으면 3개월 이내라도 가격을 조정키로 했다. 그 밖의 3개 자재도 총 30% 이상 오르면 역시 비정기 고시해 가격 인상분을 조기 반영하기로 했다.


다만 건설업계의 개선 요구가 빗발친 택지비는 손대지 않기로 했다. 다만 택지비 적정성 검증 과정에서 한국부동산원 뿐 아니라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가 추가 참여하는 택지비 검증위원회가 신설되지만 이는 택지비 인상 요인은 아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국장은 "분양 예정 단지와 과거 분양 단지 시뮬레이션 결과 1.5~4% 상승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최근 레미콘, 철근 가격 상승을 감안할 때 7월~8월 기본형 건축비 비정기 고시가 이뤄져 분양가격이 이때부터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사비 3조2000억원을 전제로 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의 평당(3.3㎡당) 분양가격 3550만원이 새 제도에 따라 다시 가격이 책정되면 분양가격이 지금보다 53만원~142만원 가량 오르는 셈이다. 평당 최대 3692만원 가량이 되는 것이다.

지방 아파트 분양가격을 결정하는 고분양가 심사제도 일부 바뀐다. 자재비가 급등하면 기본형 건축비 상승분을 고려해 분양가격에 반영해 주는 '자재비 가산제도'가 첫 도입되고, 분양가격 산정시 비교 단지 조건을 종전 준공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된다. 그만큼 인근 시세를 만이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약 1% 가량 분양가격 인상요인이 생긴다고 국토부는 분석했다.

재건축 사업장 3.3㎡당 2580만원→2640만원, 2.3%↑..정비사업관련 비용 23만원+기본형 건축비 9만원 시뮬레이션
국토부가 변경된 분양가격 제도 하에서 실제 재건축 사업장과 재개발 사업장을 시뮬레이션 해 본 결과 조합원수, 일반분양 세대수, 사업기간 등에 따라 효과는 조금씩 달랐다. 예컨대 A 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현행 분양가는 3.3㎡ 당 2360만원에서 제도 개선후 2395만원으로 35만원, 15.% 가량 올랐다. 정비사업 관련해 이주비 금융비 23만원, 총회 등 필수 소요경비 3만원을 합쳐 23만원이 반영됐고, 기본형 건축비 인상(철근+레미콘 상승률 15% 가정)분 9만원이 추가된 결과다.

B재건축 사업장은 3.3㎡당 분양가격이 현행 2580만원에서 2640만원으로 60만원, 2.3% 올랐다. 정비사업관련해 총 51만원, 기본형 건축비 상승분 9만원을 반영한 결과다. 정비사업관련으로는 명도소송비 9만원, 이주비 금융비 38만원, 총회 등 필수소요경비 4만원 등이 포함됐다.

C재가발 사업장은 3.3㎡ 당 분양가격이 2440만원에서 2495만원으로 55만원, 2.3% 상승했다. 주거이전비 1만원, 손실보상비 25만원, 명도소송비 6만원, 이주비 금융비 10만원, 총회 등 필수경비 4만원 등을 합쳐 정비사업관련 46만원이 반영됐다. 기본형 건축비는 철근과 레미콘 상승률 15%를 가정해 9만원이 추가됐다.

평당 분양가 3550만원 둔촌주공, 최대 142만원 오르는 수준.. 4만가구 대기물량 공급효과 '글쎄'가격 인상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아 주택공급 촉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김영한 국장은 "이번 분상제 개선은 인위적으로 분양가 높여서 사업을 추가적으로 촉진하는 목적이라기보다 그간 사업시행주체가 필수적으로 부담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분상제에서 반영안해주는 부분을 개선해 소폭 인상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물가전망치 4.7%로 예상했는데 분양가 인상 요인이 그 이상이 되는것은 부담스러워 그런 부분을 종합적 고려해 적정 수준 반영하기 위해서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올해 물가인상 수준 이하로 분양가격을 사실상 통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분상제 개편안이 추가적으로 나오거나 폐지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김 국장은 "시장을 안정시키고 선호하는 도심에서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주택공급을 하는 게 중요한데 분상제가 의미가 있다. 비용을 추가적으로 적정 수준 반영해주는 정도로 마무리 할 것"이라며 "분상제 폐지 방안을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