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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875초에 응축된 12년 도전사, 누리호 사령탑은 결국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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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로우주센터(고흥)=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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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2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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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서울대 항공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항우연에 합류해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과 나로호(KSLV-I) 개발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서울대 항공공학 학·석사를 마치고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항공우주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항우연에 합류해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과 나로호(KSLV-I) 개발에 참여했다. 2010년부터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MT단독
그는 좀처럼 얼굴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II) 개발 과정에서 각종 변수를 통제하려면 평정심 유지는 숙명이다. 누리호는 37만개 부품이 정상 가동돼야 한다. 더욱이 로켓 분야는 안보기술로 동맹국도 기술이전을 꺼려 자립 과정에서 숱한 좌절을 겪는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이 평시 무표정하게 기술개발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21일 밤 10시30분.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우주궤도에 인공위성을 안착시킨 지 5시간이 흘렀다. 고 본부장의 목소리는 이번에는 평소와 달리 여러 감정이 묻어났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언급할 땐 환희로, 20여년간 기술 자립을 위해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볼 땐 목이 메인듯 말을 잇지 못하고 울먹이기도 했다.

고 본부장은 "오늘 누리호가 성능검증 위성을 분리하는 그 순간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며 "누리호가 목표대로 정상비행하고 목표궤도에서 위성이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너무나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누리호는 이륙 50여초 만에 최대 동압(Max Q)에 도달하고 발사 875초(14분35초) 이후 고도 700㎞에서 200㎏급 성능검증 위성을 분리했다. 성능검증 위성과 남극세종기지와 교신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이 지난 12년3개월여간 고대하고 기다렸던 그 순간이었다.

누리호가 고도 700㎞ 상공에서 성능검증 위성을 분리하는 역사적인 순간. / 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고도 700㎞ 상공에서 성능검증 위성을 분리하는 역사적인 순간. / 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발사 945초 후 1.3톤급 위성모사체(가짜 위성)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1차 발사된 누리호는 1.5톤급 위성모사체를 탑재한 바 있다. / 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가 발사 945초 후 1.3톤급 위성모사체(가짜 위성)를 분리하고 있는 모습. 지난해 10월 1차 발사된 누리호는 1.5톤급 위성모사체를 탑재한 바 있다. / 영상=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 없었던 나로호 때 설움, 이젠 추억"



고 본부장은 2000년 항우연에 합류해 액체추진 과학로켓(KSR-III) 개발에 기여했다. 2002년 8월부터 러시아와 협업한 나로호(KSLV-I) 개발에 참여했다. 나로호는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차례 발사 실패를 딛고 2013년 1월 결국 3차 발사에 성공한 프로젝트다. 이어 누리호 개발 초기 5년은 연구자로, 나머지 7년은 사업을 이끌어 온 사령탑이었다. 특히 누리호 사업 초기 5년은 로켓 액체엔진 연소 불안정으로 사업이 수년간 표류했고 대내외적으로 우주 개발에 냉소적인 시각마저 뒤따랐다.

"나로호 때가 참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실패를 두 차례 했고 특히 2차 발사 실패 이후에는 말도 생각도 달라서 원인 분석이 안 됐어요. 그래서 3차 발사가 굉장히 미뤄졌죠. 실패 원인을 분석하던 어느 날에는 러시아 쪽에서 자리를 박차고 '다시는 보지 맙시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우리 기술이 부족하니깐 러시아에서 '너희들이 뭘 아냐'는 식으로 멸시도 받았죠. 누리호 기술개발 과정에선 그런 설움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 기억은 잊힐 것 같고 추억이 되겠죠."

나로호 이후에는 순수 국내 기술만으로 75톤 액체엔진을 개발하던 과정은 좌절과 재도전, 난관의 연속이었다. 액체엔진 연소 불안으로 설계를 수십차례 바꾼 끝에 누리호는 75톤급 액체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을 4기 클러스터링(묶음)해 300톤급 추력(밀어 올리는 힘)을 냈고, 한국은 세계 7번째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보유한 국가로 도약했다.

고 본부장은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인공위성을 자유롭게 쏠 수 있다는 건 차원이 다른 의미"라며 "인공위성을 개발하는 연구자도 타국에서 발사하려면 오래 걸리고 설움을 겪는데 그런 어려움 없이 우리 땅에서 발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고난의 연속에도 '성공' 호언장담, 축적된 기술에 대한 믿음



누리호는 발사 직전까지도 여러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된 누리호는 고도 700㎞까지 도달했지만 목표 속도였던 초속 7.5㎞를 내지 못해 인공위성을 목표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했다. 절치부심 끝에 준비한 2차 발사 과정도 험난했다. 누리호 2차 발사는 비바람으로 한 차례, 레벨센서 이상으로 또 한 차례 연기됐다.

그럴 때마다 고 본부장은 "원인 분석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 "문제 보완은 크게 어렵지 않다" "결함 원인 말고 다른 문제는 없다" 등 문제 보완을 자신했다. 누리호는 항우연 연구진과 300여개 기업이 설계부터 제작, 조립,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을 직접했기 때문이다.

고 본부장은 "누리호는 모두 우리 손으로 했기 때문에 2차 발사를 앞두고 결함이 생긴 레벨센서 결함도 빠르게 작업을 마쳤다"며 "연구진이 설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어 결함 부품을 제거하고 교체하는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1차 발사에 실패했고 2차 발사도 두 차례 연기되는 과정 자체가 연구진이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며 "내년부터 후속으로 4차례 발사를 더 하면 정말 우리가 이제 남부럽지 않은, 남의 사례를 들여다 볼 필요 없이 우리들만의 사례를 가지고 우주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다만 고 본부장은 어제 성공하더라도 오늘 실패할 수 있는 분야가 로켓 기술이라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우리가 발사체를 언제 만들지, 기술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모르는 깜깜한 시절이 있었다"며 "누리호는 이제 첫걸음을 뗐으니 연구원들이 미래를 보고 생각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과 항우연 연구진은 이날 밤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성공을 자축하며 축배를 들었다. 고 본부장은 22일 누리호 발사 리뷰 회의를 개최하고 각종 데이터를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고 본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향후 거취를 고민하는 듯한 언급도 했다. 그는 "할 일을 이제 다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고, 연구원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정체돼 있지 않아야 하는데 그런 얘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10년부터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술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봉착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 '무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10년부터 누리호 개발에 참여했고 2015년부터 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기술개발 과정에서 여러 문제에 봉착해도 평정심을 잃지 않아 '무표정'이 트레이드 마크다. / 사진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흥=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고흥=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불꽃을 내뿜으며 우주를 향해 발사되고 있다. 2차 발사 누리호에는 성능검증위성과 4기의 큐브위성이 탑재됐다.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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