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자 대상 카드 대환론 5개월새 10% 증가...부실 '경고등'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드 대환론 잔액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카드론 증가율의 2배 수준이다. 카드 대금 일부를 나중에 갚도록 미루는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 역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중·저신용자가 주 고객인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우리·하나·NH농협카드 등 8개 카드사의 5월 기준 카드 대환론 잔액은 98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9035억원)보다 10% 가량 늘었다.


카드 대환론은 카드론 연체자를 대상으로 갚아야 할 돈을 다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연체자가 되지 않고 목돈을 갚아야 하는 고객은 상환 기간을 다시 조정할 수 있어 당장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카드론보다 금리 수준이 높은 편이고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카드 대환론 잔액의 증가 속도가 일반 카드론 잔액이 늘어나는 것보다 빠르다는 데 있다. 신한·KB국민·삼성·현대·비씨·롯데·하나·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5월 기준 카드론 잔액은 37조2415억원으로 지난해 말(35조4888억원)보다 5% 가량 늘었다.

연체자를 대상으로 하는 카드 대환론 잔액이 상대적으로 늘었다는 건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객 수가 증가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카드론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이 중·저신용자인 만큼 부실 위험성도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위험 징후는 결제성 리볼빙 잔액의 증가세에서도 드러난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8개 카드사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은 지난해 말 6조1448억원에서 올 5월 6조4870억원으로 5.5% 늘어났다.

리볼빙이란 카드나 현금서비스 대금을 약정된 결제일에 전액 납부하기 어려울 경우 일부만 먼저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당장 카드 대금을 전부 내기 어려운 고객이 주로 이용한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이 증가한 사실 역시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고객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카드업계와 리볼빙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응 방안 마련을 논의 중이다. 또 앞으로도 수차례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9월에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지원이 종료 예정인 만큼 카드사에 대손충당금을 충실히 쌓아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 대환론 잔액이 증가한다는 건 확실히 부실차주가 늘어가고 있다는 지표"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만큼 차주의 상환 부담도 계속 늘어,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실이 현실화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