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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보이콧 안 하면 보이콧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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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4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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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면 지정학적 위험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잊고 있었다. 독일의 통일, 소련의 해체와 동유럽혁명, 중국의 개혁·개방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 대형 이벤트에 가려졌던 것이다.

글로벌리제이션으로 규정된 세계의 정치경제적 지형은 다수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확 변했다. 조짐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에 아시아 회귀전략을 채택할 때부터 보였다. 1979년 미중수교 이후 줄곧 중국에 우호적이던 미국의 변신이자 변심이었다. 이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태평양전략으로 확대했다. 미국 의회는 2019년 '국방수권법'(NDAA)에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이 화웨이와 ZTE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며 정부와 호응했다. 미국 정부는 2020년 화웨이가 삼성전자나 TSMC로부터 첨단 반도체 부품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단계로 나아갔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미중 양국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는 세계 각국과 기업에 2차대전 이후 지속된 미국 중심의 질서를 환기시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도 같은 스탠스를 보였다. 화웨이와 동일한 규정(FDPR)을 적용하며 러시아의 도발에 대응했다. 나아가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망에서 제외하고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해 금수조치를 취했다. 러시아의 해외자산도 동결하는 등 전방위로 러시아의 돈줄을 조였다. 패권에 도전하거나 자국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대해 슈퍼파워에 근거한 제재카드를 거침없이 꺼내든 것이다.

지정학적 영향을 받는 것은 국가나 반도체 등 첨단기술 관련 기업만이 아니다. 금융회사와 에너지회사도 그 자장 안에 있다. 소비재기업들도 자유로울 수 없다. 러시아에서 사업을 접는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맥도날드와 스타벅스가 러시아를 떠났고 코카콜라도 최근 러시아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했다. 특히 냉전 중이던 1982년 소련 시장에 들어간 코카콜라의 행보는 한 기업의 의사결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 기업들 말고도 스웨덴 이케아, 프랑스 르노, 일본 유니클로 등도 러시아를 등졌다. 1000여개 글로벌 기업이 철수와 사업중단 대열에 섰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환율과 송금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많아져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워진 게 한 이유다. 전 세계적 반러시아 여론도 부담이었다. 투자자와 소비자들로부터 '푸틴정권에 부역한 기업'으로 찍혀 보이콧당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음에도 브랜드가치와 평판을 지키는 쪽을 택했다.
[광화문]보이콧 안 하면 보이콧 당한다

30여년 동안 진행된 '세계화'로 촘촘히 연결된 세상에서 러시아는 고립됐다. 석유와 식량이 자급자족되고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의 자산을 헐값에 줍다시피 해 영업을 한다지만 경제적 공백을 온전히 메울 수는 없다. 에어백과 ABS(잠김방지브레이크시스템) 없는 차를 타면서 버티는 것이 성장과 번영은 아니다. 러시아를 나온 기업은 전쟁이 끝나도 금방 러시아로 돌아가기 어렵고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기업의 이탈이 곧 자본의 이탈이라면 '돈의 흐름'은 적어도 러시아 쪽으로 향하지 않는다.

판의 성격이 '통합된 세계'가 아니라 '균열된 세계'로 바뀌었고 게임의 룰도 달라졌다. 기업이 지정학에 무지하면 이익에도 무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여기다간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간에 러시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 몇몇 발 빠른 글로벌 기업은 동맹국과 우호국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재편하려고 시도한다. 지정학적 위험을 피해 사업장을 옮기는 작업은 더 활발해질 것이다. 그게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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