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은 다 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5대그룹 뛴다

/사진 = 이지혜 디자인기자

"중국, 일본은 이미 개최를 끝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삼성·SK·현대·LG·롯데 등 국내 5대 그룹이 2030 부산 엑스포 개최에 뜻을 모았다. 엑스포는 수십조원이 넘는 경제 효과와 수천만명 이상의 관광객, 국가 인식 제고 등 월드컵·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 3대 국제 행사로 꼽힌다. 부산은 사우디(리야드), 이탈리아(로마)와 함께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으나 다소 열세다. 주요 기업 총수들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가동해 일본·중국에 이은 동북아 3번째 개최를 위해 뛰고 있다.

2030 엑스포 유치는 내년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회원국들이 1국 1표를 행사하는 비밀투표로 결정된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후보국에서 사실상 제외됐으나 아프리카의 지지를 등에 업은 사우디의 독주가 매섭다. 사우디 왕실 고문인 아마두 빈 카탄은 외신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회원국 중 107개국이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밝혔다. 170개 회원국의 과반 이상이다.

재계는 비교적 열세에 놓여 있는 부산이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민간 외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LG, 차량의 현대, 반도체의 SK 등 다양한 글로벌 한국 기업들이 공략 국가를 분담해 개최지 결정까지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달 발족한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참여한 11개 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유치 홍보에 나선다.

총수들 중에서는 유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적극적이다. 최 회장은 SK그룹 '월드 엑스포 태스크포스'(WE TF)의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과 함께 21일~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 170차 BIE 회의에 참석해 각국 대표들에게 부산 유치 지지를 호소했다. 최 회장은 현지에서 "재계가 모든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며 "출발은 늦었지만 결승점엔 먼저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김상현 유통군HQ 총괄대표와 함께 7년 만에 국제 소비재 기업 포럼(CGF)이 열리는 아일랜드 더블린을 찾았다. 포럼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엑스포 유치 홍보활동을 지원한다. 삼성전자에서는 정현호 부회장이 TF팀장을 맡아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내부 점검이 마무리되면 이재용 부회장도 유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은 현지 매장을 활용한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LG는 지난 21일부터 하루 평균 유동인구가 150만명에 달하는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런던 피카딜리 광장 전광판에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홍보영상을 상영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파리 매장에서 홍보 영상을 송출하고 '부산 월드 엑스포' 로고가 새겨진 차량으로 시내를 순회하며 홍보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인정 박람회(중규모)는 93년 대전·2012년 여수에서 개최한 적이 있지만 대규모 등록 박람회는 일본·중국에서 개최한 적은 있으나 한국이 개최한 적은 없다"며 "(유치에)성공할 경우 200여개국 3480만여명이 방문해 일자리·관광 등 막대한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국민적 기대가 큰 만큼 주요 기업들이 소프트 파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