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 좋아" "다리 예쁘네"…학생 성희롱 일삼은 삼육대 교수

/사진=뉴스1

여성비하 발언과 성희롱, 강제추행을 일삼은 삼육대 교수를 해임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심은 "비위 정도가 교수를 해임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임을 취소하라고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삼육대학교 일본어학과 교수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해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삼육대 일본어학과 교수 A씨는 2019년 2월 소속 학과 학생들에게 여러 차례 성희롱과 강제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해임됐다.

A씨는 2017년 수업 중 학생에게 "너는 치마가 짧으니까 남자가 좋아하겠다. 결혼 빨리하겠네" "나는 너 같은 빨간색이 좋아. 너 입술 색" "여자는 허벅지가 붙어야 예쁘다. 너는 매력이 없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외에도 수업 중 "그렇게 비치는 옷을 입으니 살랑살랑하니 다리가 예뻐 보인다" "여자들은 벗고 다니기를 좋아해서 여름을 좋아한다" "너희는 애를 낳으려면 몸을 불려야 한다. 6명은 낳아라"고 말했다.

또 복도에서 한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허리 부분까지 손을 내려 만지고, 수업 중 학생에게 외국식 인사라며 강제로 자신과 악수하게 하고 학생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일정 시간동안 수업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불복한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에 해임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사를 청구했고, 교원소청심사위가 청구를 기각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로 성희롱과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A씨의 발언 중 성희롱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여성을 구별 짓거나 배제·비난하는 발언은 성차별적 여성비하 발언에 해당하고, 이는 성희롱과 마찬가지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해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2심은 "A씨에 대한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만, 각 발언이 이루어진 상황과 맥락, 구체적인 내용과 수위 등에 비춰볼 때 그 정도가 A씨를 해임할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의 행위가 징계사유가 되는 것은 맞지만 해임할 정도로 무겁지 않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시 한번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A씨는 대학교수로 높은 직업윤리 의식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고, A씨의 비위 행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의 여성비하 발언과 성희롱은 장기간에 걸쳐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도중 많은 학생 앞에서 저지른 것으로 강의 내용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성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거나 성적인 장면을 연상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또 "강제추행 역시 피해 학생에게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면서 "학생들이 강의평가를 통해 여성비하 발언, 성희롱, 인신공격, 신체접촉 등에 대해 지속해서 이의제기를 해왔지만 A씨는 이같은 행위를 반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교단에 복귀한다고 할 때, 이 모습을 교육 현장에서 마주하게 될 학생들이 헌법에서 정하는 기본권인 교육권을 누리는 데 지장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해임이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에 비해 가혹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립학교 교원징계위가 징계양정을 하거나 교원소청심사위가 이를 판단할 때, 교육공무원에 대한 징계와 형평성을 고려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명확히 판단했다"며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처분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실무 운영 등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