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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임죄가 뭐예요?"…美, 배임죄 없어도 사기죄로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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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안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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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7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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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기업 발목잡는 '죄와 벌'④

[편집자주]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된다. 평범한 투자 결정도 실패하면 배임죄로 몰린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도 끊임없이 기업인들의 목을 옥죈다. 이에 새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배임죄가 뭐예요?"…美, 배임죄 없어도 사기죄로 처벌
미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선진국들은 배임 문제를 경영자에 대한 형사 처벌보다 민사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적 이해관계 또는 재량의 남용 없이 이뤄진 결정의 경우 사후적으로 손해를 끼쳤더라도 경영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취지다.

미국에는 아예 배임죄라는 범죄 자체가 없다. 대신 형법상 사기죄 등으로 한국의 배임죄에 해당하는 죄를 처벌하고 있다. 영미법 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은 법조항 자체보다도 판례가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경영 판단의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경영 판단의 원칙이란 1829년 루이지애나 대법원의 판결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경영상 판단'으로 '이해관계 없이 독립적'이며 '상당한 주의의무'를 가지고 '충분한 정보'에 근거해 '선의로', '재량의 남용'없이 판단한 경우 결과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해도 이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을 말한다.

프랑스도 명목상 배임죄는 없으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단 이 경우에도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프랑스 대법원은 1985년 로젠블룸 판결을 통해 대기업 계열사간 거래를 법적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기업집단간 거래에서 일부 계열사가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보상받을 것이란 신뢰가 존재하는 경우 배임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지난 2011년 늘어난 매출액을 활용해 신규 사업에 투자했다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아 배임죄로 기소된 자국 보험사 아락(ARAG)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신규 사업 투자는 경영자의 경영 행위로 자율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당시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단이었다. 독일은 1851년 세계 최초로 배임죄를 명문화한 나라다.

독일은 한때 '배임죄는 항상 통한다'는 원성을 받던 나라였으나 아락 판결 이후 리스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영판단을 내려야 하는 기업의 입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 독일은 주식법 제93조에 '경영 판단의 원칙'을 명시하고 "업무에 관한 경영진의 결정이 적절한 정보에 근거하고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뤄진 사실이 합리적 방법으로 인정될 경우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다"는 예외사유를 인정하고 있다.

한국, 독일처럼 형법상 배임죄 조항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도 한국과는 달리 배임죄를 좁은 범위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형법 제247조에 따르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 또는 본인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에만 배임죄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재판에선 목적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한국에 비해 배임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한편 공정거래법 등 경쟁법의 경우에도 해외 선진국에선 형사처벌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 독일과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16개 국가에서는 경쟁법 위반행위로 형사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카르텔(담합)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불공정행위 △사업자단체행위 등 행위에 대해 광범위하게 형벌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도 경쟁법에 형벌 규정이 있긴 하지만 한국에 비해 적용되는 유형이 적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개선' 보고서에서 "기업인 개인을 형사처벌하는 법규가 너무 많다"며 "형사처벌형 행정규제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현재 2300여개의 행정형벌규정이 존재하고 이 중 과징금, 영업정지, 형사처벌까지 부과하는 경우도 많다"며 "행정규제의 제재수준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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