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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법치주의와 디지털 황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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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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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부사장)
한동환 KB경영연구소장(부사장)
황건적은 중국 후한의 농민반란 세력이다. 누런 두건을 쓰고 환관과 외척세력에 의해 망가진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던 농민군들은 그들의
지도자들이 요망한 신흥종교에 빠진 허황된 몽상가였음을 알지 못했다. 주술의 힘으로 질병과 가난을 구제하고 차별없는 대동세상을 약속했지만 농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부질없는 죽음뿐이었다.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로 모든 제도권 금융시스템을 대체할 것처럼 주장하며, 자신들이 찍어낸 코인이 지배하게 될 세상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린 후, 선량한 투자자에게 커다란 피해를 입혀 극단적 선택으로 몰아가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정중앙'의 내부거래자로서 막대한 부를 챙긴 세력들을 '디지털 황건적'으로 지칭하고자 한다. 그들의 디파이는 과학적이라기보다 주술적이었으며, 현실의 금융시스템을 선악의 이분법으로 교묘하게 악마화 하여 투자자를 선동하였기에 디지털 혁신 세력과 구별하여 디지털 황건적이라 부르는 것이다.

어느 시대나 새로운 혁신의 장이 열리는 때에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듯하게 세상의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디파이 세력들은 금방이라도 국가체제나 금융시스템이 블록체인 기술로 대체될 것이라 주장하며 개발자에 의해 완벽하게 프로그래밍 된 세상을 거의 종교적 신념으로 설파하여 왔다. 역사적으로 부정부패 없는 합리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많았다. 철학자인 군자에게 국가를 맡기면 이상국가가 실현될 것이라는 주자의 생각은 사색당쟁으로 상징되는 조선의 실패로 증명되었고, 소비에트 중심의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추구한 인민민주주의는 소련의 붕괴와 북한의 극좌 파시즘화로 그 실패가 증명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상적인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는 황건적에서 공산주의까지 모두 지옥의 건설로 귀결되었다.

자유롭고 개방적이면서, 장사꾼의 세속적인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만이 상식적인 법치를 통해 지속 가능한 시스템으로서 세계 여러 나라가 인정하고 선택하는 체제가 되었다. 제도권 금융은 법치를 기반으로 한 민주국가의 지배 아래서 선한 플랫폼으로서의 작동을 규제 받고 있다. 법치와 규제는 나쁜 것이 아니라 시장의 신뢰를 생성하고 보장하는 원동력이다.

법치와 신뢰로 작동되는 제도권 금융에 대해 일부 노출된 약점을 과도하게 부풀려서 악마의 시스템이라고 선동하는 디파이 세력들이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법치가 없는 무질서 속에서 개발과 알고리즘을 독점한 소수 세력에게 판돈을 몰아주는, 금융사기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수 없는, 극단의 폰지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일 것이다.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비로소 법치가 실현될 모양이다. 그런데 디지털 황건적들은 정당한 법치를 과도한 규제라고 프레임을 다시 짜고 있고, 책임감을 갖고 법치의 전선에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분들은 '업권자율'을 내세우며 한 발 물러서려 하고 있다. 현실적인 기술의 한계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혁신을 이어가는 '디지털 혁신가'들과 그들 뒤에 기생하면서 주술같은 믿음에 빠진 교주처럼 행동하는 디지털 황건적들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법치는 요원하고, 해외언론들은 '테라와 루나'로 한국의 디지털 혁신을 비웃고, 한국의 코인 투자자들을 걱정하는 척하며 서울의 마포대교를 또 언급할 것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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