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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만에 뒤집힌 낙태권 '수술 취소'에 울음바다…둘로 갈라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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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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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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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대법원,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어…
일부 주 즉각 "낙태 불법", 병원 문닫자 환자들 눈물…
주요 기업 낙태권 지원, 정부는 중간선거 지지 호소

24일(현지시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법원 청사 앞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라'는 문구를 들고 서있다./로이터=뉴스1
24일(현지시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대법원 청사 앞에서 '낙태를 합법화하라'는 문구를 들고 서있다./로이터=뉴스1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판결이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여성의 낙태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이 49년 만에 뒤집히면서다. 판결 직후 일부 주에선 낙태 금지가 즉각 현실화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미국 시민들은 둘로 갈라져 이틀째 시위를 이어 나갔다.

행정부와 사법부의 갈등도 표면으로 드러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보수화한 대법원의 판결에 노골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했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민주당은 연방 차원의 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올가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 대법원, 낙태 합법화 판결 공식 폐기


25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전날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충돌하는 미시시피주 낙태 금지법에 대한 위헌심판에 대해 6대 3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미국은 대법원이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할도 한다.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데, 이들이 모두 합법 판단에 가담했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고 헌법의 어떤 조항도 그런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로 대 웨이드 및 케이시 판결은 기각돼야 한다"며 "낙태를 규제할 권한을 국민과 그들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줘야 할 때"라고 밝혔다.

로 대 웨이드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로 여겨진다. 1969년 노마 매코비라는 여성이 텍사스주에서 임신중절 수술을 거부당한 후 이듬해 신변보호를 위해 '제인 로'라는 가명을 사용해 헨리 웨이드 주 법무장관을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1973년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상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며,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22~24주)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 원칙은 1992년 로버트 케이시 당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의 낙태 제한 규정에 반대해 제기된 소송 판결을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그러다 지난해 낙태권이 본격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대법원이 사실상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면서다. 미시시피주는 2018년 임신중절 금지 기준을 임신 20주 후에서 임신 15주까지로 앞당겼고, 심각한 태아 기형 등을 제외한 모든 임신중절을 금지했다.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도 예외가 아니어서 논란이 거셌고, 이에 한 산부인과는 주 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걸고 법 시행에 제동을 걸었다.

2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에서 낙태권 폐기 항의 시위에 나선 여성들. /AFPBBNews=뉴스1
25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에서 낙태권 폐기 항의 시위에 나선 여성들. /AFPBBNews=뉴스1


당일 취소된 낙태 수술에 병원 울음바다…기업들 "낙태권 적극 지지"


대법원이 미시시피주의 손을 들어주면서 낙태권을 인정할지에 대한 결정은 각 주 정부 및 의회의 몫이 됐다. 주별로 낙태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낙태권 옹호단체 미 구트마허연구소는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인 26개 주가 낙태를 사실상 금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3개 주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동으로 임신중절을 제한 혹은 금지하는 법이 발효되도록 하는 '트리거 조항'을 마련해 둔 상태다. 이들 주는 대부분 낙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우위에 있는 곳들이다.

이 트리거 조항에 따라 미주리, 루이지애나, 켄터키, 사우스다코타주 등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낙태가 불법이라고 선언했다. 텍사스, 아이다호, 테네시주에서는 30일 뒤부터 낙태가 금지된다. 찬반이 팽팽히 맞서는 만큼 일부 주에서는 투표를 통해 낙태 금지·제한법 시행 여부가 최종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자마자 병원들은 임신중절 수술을 취소하기도 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의 유일한 낙태 클리닉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문을 닫고 근로자들을 모두 집으로 돌려보냈다. 웨스트버지니아주의 한 병원 관계자는 AP에 "수십 명의 환자들에게 취소 전화를 돌렸다"며 "환자들은 충격을 받고 말을 잇지 못했고 일부는 흐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의 한 낙태 클리닉 대기실은 당일 수술 취소를 통보받은 환자들로 인해 눈물바다가 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낙태 수술을 위해 주 경계나 국경을 넘는 사례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멕시코 시민단체 '네세시토 아보르타르'(스페인어로 '나는 낙태가 필요하다')에 미국 여성들의 낙태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 대법원은 지난해 낙태에 대한 처벌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직원들의 낙태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오나 치코니 구글 최고인사책임자(CPO)는 판결 당일 모든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대법원의 결정이 직원들의 건강한 삶과 커리어에 미칠 영향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직원들은 근무지 재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구글 커뮤니티에 의지하라. 며칠 안에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같은 날 내부 메모를 통해 다음 달 1일부터 의료여행 경비를 보전해주는 정책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낙태 수술 등 인근 지역에서 이용할 수 없는 의료절차, 치료를 받는 경우엔 회사가 여행 비용을 지불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등도 같은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아마존, 애플, 월트디즈니, 메타, 스타벅스, 나이키, 우버 등이 낙태 원정 수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표로 심판하자"…낙태권, 중간선거 '필승카드' 될까


직원들의 낙태권 보장을 약속한 건 기업뿐만이 아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대법원의 판결에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거주지에 상관없이 산부인과 시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성명에서 "군의 건강과 안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며 "산부인과 시술 접근에 있어 어떤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자세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우세 지역은 주 정부 차원에서 원정 낙태 여성까지 보호하겠다고 나섰다.

미 행정부 수장인 바이든 대통령은 사법부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판결 직후 긴급 대국민 연설에 나서 "주법으로 낙태가 불법이었던 1800년대로 돌아갔다. 말 그대로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며 개탄했다. 이어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사라졌고 이나라 여성의 건강과 생명은 위험에 처했다"며 "법원은 역대 일어나지 않았던 일을 행했다. 너무나 많은 미국인에게서 근본적인 헌법 권리를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하원 전체, 상원 3분의 1 의원 교체)에서 낙태권에 찬성하는 후보에게 표를 줘 의회에서 낙태권을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공화당이 건강의 자유를 범죄화하기 위해 십자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여성과 모든 미국인의 권리가 오는 11월 투표용지 위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낙태권 폐지 판결에 대한 찬반 시위도 미 전역에서 발생했다.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청사 주변에는 낙태권 옹호자 수천 명이 모여 이틀째 시위를 이어갔다. 애리조나주에서는 시위가 과열되면서 일부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하기도 했다. 이에 현지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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