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주려 빚 내야할 판"…中企, 최저임금 동결촉구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이재윤 기자

"조금의 최저임금 인상도 감내할 여력이 없습니다. 임금 인상을 위해 빚을 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불능력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 수준에서 결정돼야 합니다."(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

27일 중소기업계가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재차 호소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회에서 '2023년도 최저임금 동결 촉구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경영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에는 업종별 중소기업 협동조합과 협회 대표 12명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폭등과 금리 인상 등 경영여건이 악화된 만큼 노동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노동계는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5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시급 1만890원을 요구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시급 9160원보다 18.9%(1730원) 증가한 금액이다. 중소기업 등 경영계는 지난 23일 동결을 요구했었다.

주보원 중앙회 노동인력위원장은 "사장들도 여력만 된다면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더 주고 싶다"며 "코로나19(COVID-19) 영향이 진정되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도 잠시였다. 지난해부터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는 고물가 속 저성장 기조로 인한 영세기업의 어려움이 크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축소 등 근로자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중앙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공동으로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이 없다고 대답한 곳은 47%, 고용 감축(9.8%)이나 신규채용을 축소(36.8%)하겠다는 응답도 많았다. 전체 응답자의 59.5%는 최저임금을 동결·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뿌리산업(중소 제조업) 등 인력 의존도가 높은 업종이 체감하는 경영 어려움은 더욱 컸다. 한상웅 대구경북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 이사장(한신특수가공 대표)은 "스팀을 만들기 위해서 석탄이 필요한데 최근 가격이 3배 이상 급등해 업계가 고사 상태"라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이미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900원을 넘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뿌리산업의 핵심 경쟁력인 숙련공(작업자)을 육성하기 어렵게 된다는 구조적 문제도 드러났다. 박길수 한국고소작업대임대업 협동조합 고문(삼우 대표)은 "저숙련 근로자가 보조 업무를 수행하며 숙련도를 쌓아야 하나 최저임금이 워낙 높아 고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숙련인력 육성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난 인건비 만큼 근로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도 있다. 윤영발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지앤비벤딩 대표)은 "어쩔 수 없이 근로시간을 줄여 대응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니 매출이 줄어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김창웅 한국건설기계정비협회장(카라인종합정비공장 대표)도 "이미 최저임금 이상을 대부분 지급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계는 업종별 구분적용이 무산된 만큼 최저임금 동결이 불가피 하다고 강조했다. 주보원 위원장은 "이번에는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던 업종별 구분적용까지 무산되면서 형편이 어려운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실망이 크다"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중소기업도 살리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도록 동결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