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통제권 靑서 행안부로..경찰국 신설 반발 경찰청장은 사의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놓고 경찰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2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 2022.06.22.

행정안전부가 경찰조직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갖는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경찰청장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지휘 규칙도 제정한다. 행안부는 역대 정부 청와대가 사실상 경찰을 직접 지휘해왔던 것을 '잘못된 관행'으로 규정했다. 일각에선 과거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경찰제도 자문위원회를 시급히 구성해 운영한 결과 지난 21일 권고안을 받았다"며 "이번 안에 제시된 개선사항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문위원회는 앞서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 신설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에 대한 지휘 규칙 제정 △경찰 인사절차의 투명화 △감찰 및 징계제도 개선 등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행안부는 자문위 권고대로 '경찰국'으로 불리는 경찰업무조직 신설을 공식화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역대 정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나 치안비서관이 행안부를 건너뛰고 경찰을 직접 통제했다. 새 정부에서는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을 폐지했다.

행안부는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경찰청의 지휘라인에서 청와대가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것은 시스템을 무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무회의와 장관을 통해 행정기능을 수행하도록 규정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 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안부 장관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도록 민정수석 및 치안비서관을 폐지했다"며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을 두지 않는다면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에게는 경찰을 지휘·감독할 아무런 조직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업무조직 신설은 시행령으로 추진한다. 정부조직법에서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두고 있다고 명시한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정부조직법 상 '관장'이라는 단어를 근거로 법률 개정 없이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안부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경찰의 독립성 침해 우려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 우려 등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개별·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에는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 등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령과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1991년 내무부 시절 치안본부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는 "경찰청을 폐지하고 다시 치안본부와 같은 형태로 행안부에 흡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청은 지금과 같이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되 최소한의 조직을 행안부 내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행안부는 소속청 지휘 규칙과 관련해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마련한다. 자문위 권고에 따라 '경찰제도 발전위원회'도 구성한다. 발전위원회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거나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논의한다. 이날 발표에 따른 최종안은 다음달 15일 확정한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행안부의 경찰 통제 권고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2020년 7월 취임한 김 청장의 임기는 다음달 23일까지다. 하지만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사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