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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실패했다고 감옥행"…CEO 떨게 하는 '경제형벌' 손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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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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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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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기업 발목잡는 '죄와 벌'(上)

[편집자주] 대한민국 기업인들은 매일같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범죄자가 된다. 평범한 투자 결정도 실패하면 배임죄로 몰린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도 끊임없이 기업인들의 목을 옥죈다. 이에 새 정부가 경제형벌 개선을 약속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비싸게 샀으니 감옥 가라고?"…CEO 옥죄는 '배임죄' 손볼까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2022.06.24.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군 및 유엔군 참전유공자 초청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건배하고 있다. 2022.06.24.
정부가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경제 형벌을 완화하기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간다. 경제계는 기업의 투자 활동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덫으로 지목돼온 형법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상 배임죄가 정비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등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6일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향후 5년 동안의 경제정책 청사진인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 전환, 형량 합리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TF(태스크포스)를 통해 주요 과제를 발굴·개선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기재부를 중심으로 7월쯤 TF를 꾸리고 과제 발굴 작업에 본격화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외부 용역을 통해 '기업경영 효율화를 위한 법률 개선방안 연구'를 추진한 정부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부 과제와 개선 방안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경제계의 요구가 많은 사안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비춰볼 때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과 함께 배임죄 문제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지난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규제개혁 과제 중 하나로 '배임죄 폐지'를 요청했다.

"투자 실패했다고 감옥행"…CEO 떨게 하는 '경제형벌' 손질한다

배임죄는 형법과 특경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형법 355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또 특경법은 배임을 통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처벌토록 했다.

구체적으로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땐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현행 법상 3년이 넘는 징역에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해 '실형' 판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특경법상 배임은 기업인들에게 큰 공포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배임죄의 요건이 모호해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자의적인 적용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형법은 배임죄의 요건 가운데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업인의 투자 결정 등 순수한 경영상 판단을 배임죄로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석채 전 KT회장이 다른 회사 주식을 비싸게 인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배임 혐의로 기소된 뒤 1,2,3심 모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게 대표적이다. 2018년 12월 대법원의 확정 판결로 이 전 회장은 약 7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지만 수년 간 수사와 송사에 시달린 뒤였다.

수도권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현행 법 체계에선 기업의 불가피한 경영상 선택도 배임죄로 걸릴 수 있다"며 "배임죄 자체가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임죄의 적용 범위가 넓고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특징은 기업에는 애로 사항이지만 반대로 검찰에는 유리한 요소"라며 "배임죄의 완전한 폐지는 검찰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규정을 정비하거나 집행상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공정거래법,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선 필요성도 제기한다. 공정거래법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내에서도 형벌 규정이 지나치게 많이 담겨 있어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합 등 법 위반 의도가 명확한 행위를 제외하고는 과징금, 시정명령과 같은 행정제재만으로 기업의 불공정행위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산업재해 발생시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것인 만큼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의 경제법령 정비 작업에 있어 야당과 검찰의 반발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보유한 상황인 만큼 정부·여당이 법령 개정을 강력히 추진하더라도 국회 통과를 장담하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24.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24.



"실수로 자료 잘못 냈다고 전과자 되나요"…불공정한 공정거래법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24.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6.24.

"형벌은 고의성을 갖고 누가 봐도 '나쁜 짓'을 했을 때 부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정거래법상 규정의 다수는 사업자가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기게 된다. 문제가 있으면 과징금 부과 등 행정제재를 하면 된다."

공정위 출신의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전문가의 말이다. 공정거래법에 있는 수많은 형벌 규정을 행정제재로 대체하는 등 대폭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의 목적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촉진을 통한 창의적인 기업활동 조성'인데도 과도한 형벌 규정이 오히려 기업활동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법상 형벌규정이 아예 없는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등 주요 유럽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다수의 형벌이 담겨 있다. 일례로 △시장지배력 남용 △담합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보복조치 △조사방해 등은 상대적으로 중대한 법 위반 행위로 보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징역형과 벌금을 동시에 부과할 수도 있도록 했다.

또 공정거래법은 △시정조치 불이행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허위·누락 제출 등을 어긴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법 위반 행위로 보고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보다 경미한 지주회사 설립 거짓 신고 등의 경우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이처럼 공정거래법에 형벌이 지나치게 많이 규정되면서 기업 경영활동을 방해하고, 형사법의 실효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황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에 이론적으로 근거가 없거나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형사처벌 조항이 너무 많다"며 "형사처벌이 본질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분을 정비해야 형사처벌 실효성, 이론적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실패했다고 감옥행"…CEO 떨게 하는 '경제형벌' 손질한다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은 자신의 저서 '공정거래법의 이론과 실제'에서 "형법상의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범죄 구성요건 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이 모두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모두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형벌 일반이론에 비춰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위법성 인식이 있어야 형벌로 처벌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한 바람직하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과 같이 거의 모든 경쟁법 위반에 대해 형벌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을 운용하는 공정위 역시 형벌 조항 정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과거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통해 형벌 규정 정비에 나섰지만 결국 기업결합 관련 사안 등 일부 행위에 대해서만 형벌 규정을 없앴다. 법무부 등의 반대에 가로막혀 대대적인 정비가 실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사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가 '경제법령 형벌 규정 완화'에 나선 만큼 이번에는 공정거래법상 형벌 규정의 대대적 정비가 이뤄질 것으로 경제계는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공정거래법 뿐 아니라 공정위 소관 다른 법률의 형벌 규정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지원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간 통일성을 기한다는 차원에서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공정위 소관 다른 법률을 종합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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