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배추 얼마나 나오려나"…안반데기 상공에 드론 뜬 이유

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농업관측 활동이 드론 등 첨단장비를 활용하면서 그 정확성을 높여가고 있다. KREI 농업관측센터는 올 여름 강원도 안반데기 고랭지배추 산지에 드론을 활용한 관측활동을 펼치고 있다.

KREI 농업관측센터가 관측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농업현장에 드론을 활용한 관측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 여름 더위가 극성을 부리던 이달 초. 전국 최대 규모의 고랭지채소 산지인 안반데기(강원도 강릉 왕산면) 상공에는 여러 대의 드론(Drone)이 굉음을 내며 날고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센터가 여름배추 작황을 조사하기 위해 띄운 것으로 드론촬영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는 안반데기에서 출하되는 배추의 전체물량, 출하면적 등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정민국(57) KREI 농업관측센터장은 "품목별 재배상황 및 출하 등과 관련된 정확한 자료는 전체 생산물량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공급량 감소 등에 따른 시장혼란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전화조사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드론과 위성항법장치(GPS) 등 첨단장비를 활용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확한 관측정보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농산물 수급은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국정현안으로 다루어 지고 있다. 농산물이 기후변화에 민감할 뿐만아니라 생산량 예측이 조금이라도 어긋날 경우 가격이 급등할 수도, 또 동시에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농업관측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정확한 수급계획 수립과 농민들의 자율적 생산기반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다.

정황근 농식품부장관(오른쪽 2번째)이 지난 23일 전남 무안군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산지유통센터를 찾아 양파 수급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요 농산물의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농업관측 정확도를 제고하고, 생산자단체의 자율 수급조절역량 강화, 채소가격안정제 등 정책지원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이를 통해 생산자단체가 사전에 재배면적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토록 하고 정부는 급격한 가격하락에 대비한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KREI 농업관측센터는 이를 위해 주요 농축산물(36개 품목)에 대한 재배(의향)면적 발표를 시작으로 △실측 작황조사 △생산량 예측 △시기별 출하량 분석작업을 연중 실시하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작성된 가격 동향 등 정보를 월보·속보 형식으로 현장 관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관측품목은 △채소 9개(배추·무·마늘·양파·건고추·당근·양배추·파·버섯) △과일 6개(사과·배·포도·복숭아·감귤·단감) △과채 8개(수박·참외·오이·딸기·토마토·호박·풋고추·파프리카) △축산 6개(한육우·젖소·돼지·산란계·육계·오리) △곡류 3개(쌀·콩·감자) △국제곡물 4개(쌀·밀·옥수수·대두)로 구성된다.


주요 농축산물의 도·소매가격도 매일 조사해 제공하고 있다. 농산물은 aT에서, 축산물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담당하며 도매 67개 품목, 소매 90개 품목이 대상이다.
정확해진 관측자료는 현장 농민들이 재배면적 확대·감소를 결정할 때 중요한 판단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 KREI는 지난 5월 관측정보를 통해 봄배추 생산량이 전년대비 각 13.7% , 평년대비 8.5% 감소한 27만7000톤으로 여름배추 재배의향면적 감소 전망을 내놨다. 이후 재배면적을 조사한 결과, 여름배추 재배의향면적은 5030ha로 평년대비 5.6%, 전년대비 9.4%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공된 정보를 토대로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자율 조정한 것으로 이는 안정적인 농가소득과 소비자들에게 합리적 가격을 제공선택으로 이어졌다.

또 농가에서 합리적으로 재배면적을 결정하면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돕고 있다. KREI는 여름배추 재배면적(6월 기준)이 5065ha로 지난 5월 대비 35ha, 여름무는 같은 기간 2635ha로 전월대비 25ha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추가 재배의향을 밝힌 농가에 배추 예비묘 130만주를 공급하기도 했다.

농업관측 결과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KREI 농업관측센터 한 연구원이 작물의 생육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KREI 농업관측센터 한 연구원이 작물의 생육상태를 측정하고 있다.

이 밖에 기상이변, 대외변수 등에 따른 급격한 수급 변동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가격·수급관리 수단을 통한 수급불안 최소화에도 힘쓰고 있다.

농업인과 농협간 계약을 체결하는 채소가격안정제의 경우, 농업인이 수급조절 의무를 이행하면 시장 가격하락시 손실 일부를 농업인에게 보전해 주고 있다. 수급조절을 위해 공급과잉시 계약물량의 50%까지 출하정지, 산지폐기토록 하는 한편 반대로 공급이 부족할 때는 도매시장에 집중 출하토록 하고 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농산물 가격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농업관측 고도화를 통해 기상에 크게 영향을 받는 주요 노지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안정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중 가격의 급등락을 최소화하는 한편 채소가격안정제 확대 등 농업인에 대한 지원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