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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호환마마와 바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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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1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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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학 대표
이윤학 대표
1990년대 넷플릭스와 같은 OTT 플랫폼이 없던 시절, 대부분 가정에선 비디오를 빌려와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로선 영화관에 가지 않고도 보고 싶은 영화를 여럿이 저렴하게 볼 수 있는 효율적인 문화생활이었다. 그런데 비디오를 보려면 어김없이 영화 전에 건전한 비디오 시청을 위한 캠페인 광고가 나왔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법비디오를 시청함에 따라 비행 청소년이 되는…."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 웃을 내용이다. 여기서 호환(虎患)은 호랑이에게 당하는 화다. 과거부터 우리나라엔 호랑이에게 물려 죽는 사람이 많았다. 심지어 고려 고종 때 임금의 침전에도 나타났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엔 수많은 사람이 호랑이에게 희생됐으니 무서울 만하다. 그럼 마마는 무엇인가. 천연두의 별칭이다. 집집마다 다니며 천연두를 앓게 한다는 여신이다. 치료약이 없어 수많은 사람이 죽은 천연두를 특별히 최상의 존칭어인 '마마'라고 부른 것은 병을 옮기는 신에게 높임말을 써서 노여움을 덜고자 하는 주술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호환 마마'는 재앙의 대명사가 됐다.

얼마 전 다보스포럼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주요 화제가 됐다. 여기서 칼라일의 창업자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금리가 당분간 올라가면서 우리를 '바나나'로 밀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바나나'는 경기침체(Recession)를 뜻한다. 인플레가 기승을 부린 1970년대 후반 미국의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인플레이션 태스크포스를 맡은 알프레드 칸이 대통령이 경기침체라는 말을 쓰면 기업과 국민들이 불안해한다고 못쓰게 하자 우회적으로 '바나나'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다. 루벤스타인이 40년 만에 '바나나'를 소환할 정도로 지금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걱정스러운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사실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미국의 기준금리를 소위 '자이언트스텝'이라는 75bp 인상하자 비관론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미국채는 10년물이 3%를 넘어서면서 팬데믹 이전 수준은 물론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전히 낙관론자들은 가파른 물가상승에도 미국의 소비는 강건하고 실업률이 낮아서 실제로 침체로 갈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하지만 비관론자들은 공급망 위기와 에너지 등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유럽에 이어 미국도 '바나나'에 들어설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한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으로 지난 연말부터 점진적으로 인상한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과 같은 1.75%가 됐기 때문이다. 7월에 한국이 빅스텝(50bp)을 하더라도 또다시 미국이 자이언트스텝을 하면 한미간 금리역전이 발생한다. 금리역전은 외국자본의 유출을 유발해 단기적으로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상승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수입물가를 자극해 무역수지는 물론 가뜩이나 불안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래저래 힘든 상황이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지만 여기엔 '바나나'가 버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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