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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사기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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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3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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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영 변호사
신민영 변호사
지금까지 만나본 사기사건 중 가장 기상천외한 건은 각종 유명인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이었다. 한 유명 스포츠스타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장에 전화를 걸어서는 "나 ○○○(해당 유명 스포츠스타)인데 지금 급하게 현금이 필요하니 내가 보내는 사람에게 돈을 줘라" 하고는 자신이 직접 가서 돈을 받아오는 수법이었다. 피고인이 사칭한 사람은 한두 사람이 아니었고 수법도 무척 대담했다. 누구나 알 법한 유명연예인, 스포츠스타를 사칭한 것도 대담했지만 그 상대가 그들의 가족인 점도 대담했다.

사건기록을 받아들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피고인의 성대모사 실력이었다. 이 정도면 한국 최고의 성대모사 고수 아닌가? 접견 끝 무렵 조심스레 성대모사 한 번만 보여달라고 청하니 정말 성의없게 "안녕하세요 저 ○○○입니다"라고 할 뿐이었다.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내가 해도 피고인보다는 더 비슷하지 싶었다. 제발 제대로 해달라고 간청하자 피고인은 정색하며 정말 이렇게 했다 . 피고인의 수법은 실로 간단했다.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속지 않으면 다음 상대방을 찾으면 그만이었다. 성대모사 실력을 날카롭게 닦을 시간에 별거 아닌 자신의 성대모사에 속아줄 사람을 찾는 게 빠르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직업 사기꾼의 사탕발림은 의외로 거기서 거기다. "해외에서 대형 금광이 발견됐다" "석유왕자의 투자를 유치해오겠다" "원금을 보장하면서 배당금을 50%씩 주겠다" "여기는 검찰청이다" "내가 신이다" "사업 때문에 급해서 그런데 돈 좀 빌려주면 금방 갚을게" 유의 얘기는 제3자가 볼 땐 뻔한 거짓말이지만 신기하게도 꾸준히 피해자가 등장한다. 약간의 변주가 있을 뿐 사기의 대부분은 위에 열거한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기의 종류도 거기서 거기지만 사기임이 객관적으로 확실해진 후의 피해자 반응 역시 비슷비슷하다. "기분 나쁘게 하면 내 돈은 늦게 주지 않을까" "기다려 보라고 하니 믿어보자"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다른 피해자들이 고소에 나서기 전에 사기꾼이 아직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할 여력이 남아 있을 때 고소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기왕지사 당한 사기라면 하루라도 빨리 고소하는 것이 그나마 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데도 사기꾼에 대한 믿음에서 벗어나는데 많이들 어려움을 느낀다. 심지어는 모든 피해자가 사기꾼에게서 등을 돌린 후에도 사기꾼 편에 서서 다른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경우도 잦다.

사기의 핵심은 거짓말을 얼마나 성의있게 만들어 내느냐가 아니라 상대방이 속을 준비가 돼 있냐 아니냐에 달린 듯하다. 사기 피해자를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믿음은 사람을 사람이게 만들어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니던가. 믿음 없는 약속, 믿음 없는 협업, 믿음 없는 사회는 가능하지가 않다. 한 개인의 잘 믿는 능력은 미덕이면 미덕이지 결코 비난할 만한 요소가 아니다. 사기의 수법이 의외로 단순하고 또 피해자가 쉬이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사기가 인간의 가장 원천적인 부분을 공략하는 범죄라서가 아닐까. 꼭 사기꾼까지는 아니더라도 뻔한 사탕발림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선동꾼들을 볼 때마다 비슷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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