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에 가둬 고문, 34kg까지 굶겨 죽인 동창생들…2심 징역 30년

(서울=뉴스1) 이성철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친구를 감금하고 가혹행위로 숨지게 한 20대 남성 2명이 22일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1.6.22/뉴스1

서울 시내 한 오피스텔에 고등학교 동창을 가두고 가혹행위를 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들에게 2심 재판부도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박연욱 박원철 이희준)는 3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 혐의를 받는 김모씨(21)와 안모씨(21)에게 각각 징역 30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1심에서 김씨와 안씨에 대해 내린 전자장치 부착명령 10년은 김씨에 대해서만 유지했다. 김씨와 안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 등을 받는 차모씨(21)에게는 1심과 같은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고 고소를 당하자 이를 취하할 목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다 피해자를 영양실조로 사망하게 했다"며 "인지능력 떨어지는 피해자의 특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그 수법 또한 피해자를 같은 인간으로 봤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가학적이며, 가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등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고 했다.

이어 "인격 존엄성 무참히 짓밟은 것으로 피고인들의 죄질이 불량하고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들은 별다른 전과 없고 수사과정부터 현재까지 반성하는 태도 보이고 있다. 특히 피해자에 대한 살인 범행은 부작위로 이뤄진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고 계획적인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1심에서 안씨에 대해 내린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파기했다. 재판부는 "안씨의 성장과정 비춰보면 내재된 폭력성향 나타나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김씨에 동조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항소심 조사 결과에서도 안씨는 재범 가능성이 낮으며 타인에 대한 반사회적 적대감이 크지 않고 대인피해를 유발할 가능성 크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자장치 부착명령은 기존에 이뤄진 범행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장래 타인의 안전 보호하기 위한 처분인 점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김씨와 안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차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와 안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던 검찰 역시 항소하며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김씨와 안씨는 2021년 4월1일부터 피해자 박모씨(당시 20세)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 감금하고 폭행 등 고문을 해 폐렴과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해당 오피스텔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는 안씨에게 음악 작업실로 쓰라며 안씨 부모가 얻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평소 박씨를 괴롭혔고, 박씨가 상해죄로 자신들을 고소해 2021년 1월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본격적인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고소 취하 등을 강요하기 위해 박씨를 대구에서 납치한 뒤 서울로 데려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와 안씨는 케이블 타이로 박씨의 몸을 묶은 뒤 음식을 주지 않고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지난해 6월13일 영양실조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될 당시 박씨의 몸무게는 34kg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