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쏠림 부추기는 포털 뉴스 역차별 규제

이상우 연세대 교수. /사진=연세대

영국 옥스퍼드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 인터넷 이용자들 중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44%로 다른 플랫폼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2008년 유튜브가 국내에 진출할 당시 판도라TV, 곰TV, 아프리카TV, 네이버비디오 등 다양한 토종 동영상 서비스들이 경쟁했고, 아프리카TV는 이들 중 가장 먼저 1인 방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문제는 당시 한국의 갈라파고스적 규제인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유튜브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2009년 유튜브가 인터넷 실명제 대상이 되자, 구글은 한국 국적의 사용자들에 한해 업로드 기능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법 적용을 피했고, 2010년부터는 유튜브코리아를 없애고 국외도메인으로 바로 접속되도록 만들어 인터넷 실명제 대상 사이트에서 유튜브가 제외됐다. 수많은 이용자들은 실명 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유튜브로 이동했고, 이에 힘입어 2%대에 불과했던 유튜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인터넷실명제 시행을 기점으로 15%, 2013년부터는 74%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 사업자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결국 인터넷 실명제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면서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효과도 없었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이 나며 폐지됐다. 인터넷 실명제는 규제의 실익도 얻지 못한 채 동영상 시장의 해외 사업자에 대한 종속만을 초래한 시대착오적 법이었다.

해외사업자들은 인터넷 실명제 외에도 각종 국내 규제의 허점에 힘입어 성장하고 있다. 국내 사업자들은 개인정보 수집 시 필수동의 항목을 최소화해 위치정보 등을 선택 동의사항으로 수집하고 있는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필수와 선택의 구분 없이 약 50개 이상의 개인정보를 한두번의 클릭으로 포괄적 동의를 받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글로벌 경쟁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포털의 기사배열을 제한하는 등 획일적인 서비스를 강제하는 법안이 당론으로 발의됐고 새정부에서도 방통위 포털뉴스협의체가 구성되는 등 포털 뉴스 규제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포털 뉴스에 대한 규제는 다른 인터넷 규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은 구글을 비롯한 해외사업자들에게는 집행력이 없다. 국내 사업자의 기사배열이 제한되면 이용자들은 관심 뉴스를 추천해주는 구글과 유튜브로 옮겨갈 것이다. 동영상 시장에서 경험했듯이 뉴스마저 모두 해외 사업자에게 종속돼 국내 인터넷 뉴스 시장이 사라지는 현실을 지켜만 볼 것인가?

요즈음 논의되고 있는 소위 언론 개혁 법안들, 특히 기사 배열 등 특정 형태의 뉴스 서비스를 제한하는 획일적이고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법안들이 숙고 없이 처리되지 않기를 바란다. 포털 뉴스에 대한 정책을 도입하려면 현실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과 정책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더욱이 그것이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언론에 관한 것이라면 포털 뉴스 법안에 대한 논의는 더욱 치열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