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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가벼운 공시족 끼니였는데…노량진 덮친 '컵밥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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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예림 기자
  • 양윤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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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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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에 있는 6호점 다미네삽겹살컵밥에서 성인 남성 2명이 컵밥을 먹고 있다/사진=양윤우 기자
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에 있는 6호점 다미네삽겹살컵밥에서 성인 남성 2명이 컵밥을 먹고 있다/사진=양윤우 기자
"물가 오른다 해도 체감 못했는데 컵밥 오른 것 보니..."

장맛비가 쏟아지던 지난달 29일 오후 6시.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한 컨테이너형 노점에 비를 피한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노량진 공시촌(공무원수험촌)의 대표 먹거리인 컵밥 가게 '다미네 삼겹살컵밥'이다.


떡갈비, 스팸, 계란에 소스 뚝딱...가격은


'스팸+떡갈비+치즈 컵밥'/사진=양윤우 기자
'스팸+떡갈비+치즈 컵밥'/사진=양윤우 기자
기자는 이곳 대표 메뉴라는 '스팸+떡갈비+치즈 컵밥'을 주문했다. 스팸 햄 조각, 떡갈비, 치즈가 섞인 조합이다. 40대인 한 모 사장은 주문과 동시에 능숙한 손놀림으로 우선 떡갈비를 굽기 시작했다.

빗소리에 섞인 자글거리는 소리가 얼마간 들리나 했더니 이내 하얀 밥 위에 김, 치즈, 김치, 스팸, 떡갈비, 계란이 먹음직스럽게 쌓였다. 그 위에 소스를 뿌리니 컵밥의 완성이었다.

이 같은 메뉴는 컵밥 거리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컵밥의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 3000원 이하로 유지됐지만 올해 1월 크게 올랐다.

10년째 컵밥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사장은 올해 1월 기본 메뉴 가격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500원(16.7%) 올렸다고 설명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2012년 25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후 지난 9년 가격인상은 연평균 50원 안팎. 한번에 500원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지경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한다.

한 사장은 "물가가 하도 올라서 가격을 인상했다"면서도 "그래 봤자 재룟값을 빼면 남는 게 거의 없는 수준"이라고 씁쓸하게 덧붙였다.


컵밥플레이션에 공시생 한숨


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사진=양윤우 기자
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사진=양윤우 기자
이날 문을 연 다른 가게들도 3500~5000원에 컵밥을 팔고 있었다. 1년 전만해도 3000원 이하로 대부분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었던 공시생들이 체감하는 '500원'의 차이는 컸다.

노량집 컵밥거리에도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닥친 셈이다. 공시생들은 치솟은 컵밥 가격에 물가 인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최대 공시생 커뮤니티 '공드림'에는 이런 사연이 적잖다. 회원 A씨는 "사람들이 물가가 올랐다고 말해도 체감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노량진에서 컵밥 가격이 오른 걸 보고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썼다.

B씨는 "오랜만에 노량진에 갔다가 컵밥을 먹으려고 가격을 봤더니 금액이 올랐더라"며 "물가가 너무 많이 상승해서 슬프다"고 적었다.

'컵밥'엔 사회상을 반영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실제 2000년대 노량진에서 컵밥이 탄생하자마자 인기를 끈 건 3000원도 안 되는 값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이다. 컵밥이란 이름부터 '덮밥'의 길거리 버전이다.

이 같은 '컵밥월드'의 또다른 변화는 직장인 손님이 부쩍 늘었다는 점이다.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고 해도 물가상승으로 주머니 사장이 팍팍하긴 마찬가지. 이런 직장인들이 저렴한 한 끼 식사로 컵밥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공시생 빠진 자리에 직장인


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사진=양윤우 기자
지난 6월 29일 오후 6시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사진=양윤우 기자
실제로 기자가 컵밥을 사 먹는 동안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은 학생들만큼이나 와이셔츠를 입은 직장인도 여럿 찾아왔다. 이들은 컵밥 값이 올랐어도 여의도·광화문 등 주요 직장가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반토막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입을 모았다.

20대 직장인 C씨는 "집 주변 물가가 많이 올라서 집에 가기 전에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왔다"며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먹어도 3500원이 넘지 않나. 여러모로 컵밥은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또다 른 직장인 D씨(27)도 "오늘 동료 1명과 광화문 근처에서 점심으로 닭한마리를 먹으니 3만원이 나왔다"며 "컵밥이 500원 올랐다고 해도 회사 주변보단 훨씬 싸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닭고기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8% 급등했다. 달걀의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만에 4.8% 오르기도 했다. 닭고기, 달걀은 컵밥의 주요 재료.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컵밥은 '싸고 든든한 식사'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한 공시생은 공드림 커뮤니티에 "모아둔 돈을 쓰는 입장이라 점점 쪼들린다"며 "밥값이 이렇게 오를 줄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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