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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삶의 불확실성과 시민의 삶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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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7.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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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근 신임 경기도 화성시장
정명근 신임 경기도 화성시장
코로나19(COVID-19)가 진정세로 접어들고 있다. 바깥으로 나오면 추세를 곧 체감할 수 있다. 밤늦게 먹자골목에서 떠들썩한 술자리 소리가 들린다. 청춘남녀는 마스크를 벗고 쾌활한 웃음을 지으며 걷는다. 공원에는 깔깔 웃는 아이의 손을 꼭 붙잡은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인다. 익숙한 광경이 다시 돌아 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다행이고 충분하다고 말하기엔 머뭇거려진다. 지금의 진정세에 다다르기까지 너무 많은 희생이 뒤따른 탓이다. 2020년 기준 우리 화성시에서만 무려 171명의 시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과 칼이 오고 간 것도 아닌데, 171명의 소우주(小宇宙)가 소멸한 것이다.

대부분 생활고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라고 보고받았다. 반은 옳고 반은 그른 이야기다. 행정적으로 보면 생활고라는 사유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분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그를 수밖에 없다. 171명 각자를 절망에 빠뜨린 171개의 서사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사는 통계로 어림짐작할 수 없다. 당사자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어야 알 수 있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희망을 앗아갔는지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말할 수도, 들을 수도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르면 국가는 자살예방전략을 세움과 동시에 지자체와 협력해 지역사회가 자살예방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에서 광역 지자체 차원의 자살예방계획 수립과 시행에 대한 결과 평가만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기초 지자체에서의 예방활동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다.

민선 8기 화성시 1호 정책으로 '자살 예방 핫라인' 설치를 제시한 까닭은 여기서 출발한다. 법에 없다고 공동체의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명색이 시장(市長)이라고 시민으로부터 녹(祿)을 먹을 필자라도 귀를 기울이고 들어줘야 그들도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정책의 취지와는 달리 장난 전화나 문자가 빗발칠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희망이 꺼져 깜깜한 세상에 직면한 시민이 시장에게 하소연하며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야, 그깟 장난 전화 100번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누군가를 탓할 수 없는 불행과 고난과 어려움이 우리의 평온한 삶을 위협하곤 한다. 언제든지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이 다시 확산할 수 있다. 홍수와 산불, 태풍으로 평생 일군 재산을 하루아침에 잃을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몸이 불편해질 수도 있다. 새로운 기술과 공정이 도입되어서 직장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코로나가 새삼 뼈 아프게 새기고 간 사실은, 우리의 삶은 지극히 위태롭고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지점에서 행정의 역할을 고민한다. 행정이 소극적이거나 그저 '중개'에 그친다면, 시민의 위태로운 삶을 지켜낼 수 없다.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행정은 삶의 불확실성과 시민의 삶 사이를 '중재'해야 한다. 이내 시민이 다시 미래로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야 비로소 행정의 기능과 역할을 다 수행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겨울이 온다. 금리 인상과 대출 상환 압박, 에너지 대란과 물가 상승, 신규 고용 감축과 구조조정 예고 등 가혹한 변수들이 '민생 셈법'에 자꾸만 더해진다. 심지어 현재 시점에서는 관측할 수 없는 변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화성시도 마찬가지다. 특히 화성의 민생 셈법은 복잡하다. 화성은 서울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에 농어촌과 신도심이 공존하며 다양한 계층과 직업의 시민들이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가올 불확실성을 대비하며 그 어떤 시민분들도 소외시키지 않도록 따뜻한 행정을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불확실성과 시민의 삶을 중재해야 하는, 공직자의 마땅한 의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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