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골프장 주택 개발 반대"...주민들 이번엔 '주민청원' 나서

4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서 진행된 태릉골프장 일대 공공주택지구 지정반대 주민청원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환희 국민의힘 의원과 주민들이 회견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조성준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 도심 주택공급 부지로 낙점됐던 태릉골프장 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원점 재검토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이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당초 1만 가구 공급을 계획했던 정부는 지난해 6800가구로 수정했지만 이마저도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되려고 애걸복걸해놓고 왕릉에다가 아파트 짓겠다고 한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사진은 25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갈매 더샵나인힐스에서 바라본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의 모습. 2021.8.25/뉴스1

4일 오후 태릉골프장 소재지인 노원구 공릉동 주민들이 서울시의회에 태릉골프장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반대하는 주민청원을 접수하고 기자회견 열었다. 이들은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태릉골프장 등 태릉 지역 주택개발 사업은 지역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반대이유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보호 △맹꽁이, 황조롱이 등 법정보호종과 서식지 보호 △지역 교통정체 방지 등을 제시했다.


대표자로 나선 주민 조윤기씨(71)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려고 애걸복걸해놓고 왕릉에다가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문화재로 지정해놓고 문화재보호법을 어기는 격이고 자연보호 보존법도 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토부의 태릉골프장 부지 3급지 지정도 허위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등급지를 분류도 해놓지 않았으면서 3급지라고 주장하며 개발하려고 한다"며 "맹꽁이, 두꺼비, 황조롱이 등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땅은 1급지지 어떻게 3급지냐"고 반문했다.

태릉골프장 부지 63만6904㎡ 중 98.11%인 62만4877㎡가 환경영향평가 1·2등급이다. 구체적으로 2등급지가 55만9823㎡(87.9%)로 가장 비중이 컸고 이어 1등급지 6만5054㎡(10.21%) 5등급지 1만1879㎡(1.87%) 4등급지 98㎡(0.02%) 3등급지 50㎡(0.01%) 순으로 조사됐다. 클럽하우스 건물이 들어선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 2등급 이상으로 파악된다.


환경영향평가에서 1·2등급 비중이 높은 그린벨트는 보전이 원칙이다. 주민들도 택지가 아닌 생태공원 조성을 요청했다. 태릉골프장, 태릉 선수촌 부지 등까지 보존지역을 더 넓혀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청원서를 전달받은 박환희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노원구 공릉 1·2동)은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주택공급계획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국토부가 잘못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서울시의회 차원에서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은 태릉골프장 개발사업…"공청회에서도 반대 의사 전할 것"태릉골프장 개발은 지난 정부가 2020년 8월에 발표한 '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8·4 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이다. 태릉에 1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신규 택지 조성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계획물량 3만3000호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만 호를 책임지는 계획이었다.

대책 발표 후 LH는 같은 해 10월 4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사업은 공공주택 공급으로 방향이 잡혔다.

사업은 다음 해에 이르러 바뀌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부지 개발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정부에 요청했다. 노원구 또한 같은 해 8월 25일 주택 공급에 따른 교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향후 추진 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날 국토부는 주택공급 규모를 기존 1만 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이고 나머지 3100가구 이상을 노원구 내 도심복합사업, 재건축 등으로 채우는 내용의 계획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태릉골프장 부지 개발사업의 원점 재검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공급 수, 교통 대책, 인프라 확충 등 개발 계획은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태릉골프장 개발사업은 2차 공청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17일 열린 1차 공청회는 주민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11일에 열리는 2차 공청회에서는 태릉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초안) 내용을 주민들에게 공개한다. 주민들은 이날 공청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