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여전사 자금조달 여건 악화... 무리한 영업 자제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며 단기 수익을 위해 무리한 영업 확장과 고위험 자산 확대를 자제해달라고 5일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재 여신금융협회에서 카드, 캐피탈사 등 여전사 대표(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여전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가장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리스크"라며 "업계 스스로 취약 요인별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그간 여전사는 자기자본 확충 등 건전성 개선 노력을 지속해 연체율,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등은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여전채 스프레드가 2020년 유동성 위기 당시 최고점(92bp, 1bp=0.01%포인트)을 상회하며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일 기준 AA- 등급 여전채 3년물 기준으로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를 뜻하는 스프레드는 116bp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여전채 순발행 규모는 올 1분기 4조4000억원에서 5월 1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6월에는 마이너스 3000억원으로 돌아섰다.

이 원장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발생 당시 여전채 스프레드가 확대로 여전채 신규 발행이 사실상 중단돼 일부 중소형 여전사는 수 개월간 유동성 애로에 직면했다"며 "유동성 리스크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자체적으로 보수적인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비상자금 조달계획도 다시 한번 점검해달라"며 "단기 수익성 확보를 위한 무리한 영업 확장이나 고위험 자산 확대는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 필요성도 언급됐다. 이 원장은 "여전사 가계대출은 취약차주가 이용하는 고금리 상품이 대부분인 만큼 금리 상승시 건전성 저하 우려가 있다"며 "취약차주에 대한 고금리 대출 취급시 차주의 상환능력에 맞는 대출취급 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최근 이용이 늘어가고 있는 결제성 리볼빙에 대한 불완전판매 우려도 지적했다. 이 원장은 "결제성 리볼빙은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일시적으로 줄여주지만, 금융소비자보호법 상 금융상품에 해당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 우려가 있다"며 "금감원은 현재 금융위원회, 협회와 함께 금리산정내역 안내, 취약차주 가입시 해피콜 실시, 금리 공시주기 단축 등 개선방안 마련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2020년말 5조4000억원에서 지난 5월 말 6조4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기업대출이 특정 업종에 편중되지 않도록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이 원장은 "여전사는 과거 10년간 저금리 기조와 경쟁심화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확대해 최근에는 고유업무 자산을 초과하게 됐다"며 "부동산 가격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은 만큼 대출취급시 담보물이 아닌 채무상환능력 위주로 여신심사를 하고, 대출취급 후에는 차주의 신용위험 변화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감원은 모든 PF대출에 대한 사업성평가를 실시하는 등 기업대출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토대로 업계와 함께 '기업여신 심사 및 사후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