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준비하는 러시아…'군수품 생산' 강제하는 법안 1차 통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러시아 하원이 해외 군사작전 시 자국 기업에게 필요한 물자 공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을 채택했다. 러시아가 '특별 군사작전' 명목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개월째로 접어들면서 '전시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발판 마련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자국군의 해외 군사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 2개 법안에 대한 1차 심의를 진행해 통과시켰다. 두 법안은 모두 전시 상황 등 국가가 필요한 경우에 특별 경제 조처를 도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우선 만장일치로 통과된 첫 번째 법안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자국 외 지역에서 대테러 및 군사작전을 수행할 때 기업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자국 기업의 시설 및 역량을 동원하고, 군사물자 생산 및 군수사업체와의 협력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해당 기업체는 관련 계약 체결을 거부할 수 없다.

두 번째 법안은 노동법 개정안으로, 정부가 군수산업체 근로자의 근무 시간을 규제하고 휴무일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군수산업체 직원은 야간, 주말 및 공휴일에 연차 없이 강제로 일하게 될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초과 근무 요구는 없을 것이며 근무를 더 하게 되는 직원들에게는 추가 근무 수당을 제공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이 법안들은 러시아 하원에서 2차, 3차 심의를 거친 후 상원을 통과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을 받으면 발효된다. 법안 적용 기간은 명시되지 않았으며 푸틴 대통령이 이를 설정할 수 있다고 타스통신은 설명했다.


유리 보리소프 러시아 부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방위산업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무기와 탄약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서 군수산업체와 협력 업체들의 업무를 최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방 국가들이 집단으로 러시아 국경 지대에서 군대를 증강하고, 제재 압박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로 무기 공급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 통과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법안이 사실상 기업에 대한 총동원령으로 해석되면서 러시아가 장기전을 대비에 나섰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루한스크를 점령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설정한 목표가 완전히 달성될 때까지 특별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 의장도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저지하기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르는 '테러 국가'가 돼 가고 있다"고 비난하며 "돈바스 국경에서 침공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특수 군사작전'이라 부르고 있지만, 새로운 법안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산업을 재편하고 전시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일부인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장악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루한스크의 핵심 요충지인 세베로도네츠크를 점령한 지 일주일 만이다. 리시찬스크는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인 루한스크의 마지막 거점 도시였다. 루한스크를 완전히 손에 넣은 러시아군은 이제 도네츠크를 집중 공략해 '돈바스 완전 해방'이라는 목표 달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현재 도네츠크의 절반(루한스크 장악으로 돈바스 전체 지역의 75%)을 러시아군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