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운용 직원, 고객 돈 무단 인출..어떻게 가능했나?

고객 자금을 운용하는 메리츠자산운용에서 내부 직원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존 리 전 대표가 차명투자 의혹으로 사표를 낸지 얼마되지 않아 일어난 일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7일 메리츠자산운용에 따르면 회사 직원 A씨는 6일간 총 7억2000만원을 무단 인출했다. 오전에 회사 계좌에서 개인 계좌로 출금한 뒤, 오후에 다시 회사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이 사실을 인지한 즉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고 지난달 29일 A씨를 징계면직했다. 지난 6일에는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A씨가 인출한 돈은 당일 바로 입금됐기 때문에 회사에 손실이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금융회사 직원이 마음대로 회삿돈을 인출할 수 있는 만큼 내부 통제 미흡과 직원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자산운용업계에선 메리츠자산운용의 '직접 판매(직판)'를 지적한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직접 펀드를 판매하는 몇 안되는 운용사다.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개인 고객들로부터 직접 투자금을 받은 다음 수탁은행에 자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개인 계좌로 따로 돌려 넣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통상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사들 대부분은 직판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은행이나 증권사를 통해 펀드를 위탁판매한다. 전문 판매 기관은 투자자의 성향, 적합성, 고객 돈 실명확인 가능 등 정확한 시스템을 통해 판매가 가능하다. 운용사의 적은 인력으로 펀드를 판매하려면 전문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개인 투자금을 직접 받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운용사가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아진다"며 "은행이나 증권처럼 많은 인력을 보유하지 않은 운용사 입장에서 판매 역할을 제대로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앱을 통해 직판을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액 인출시 제3자의 승인을 받아야 인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서 "만약 누가 자사 펀드에서 1000만원 이상 빼간다고 하면 회사 내부의 복수 승인자(팀장급 이상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전산 보고가 들어간다. 승인자가 승인 버튼을 눌러야 돈이 빠져 나가기 때문에 직원 혼자 돈을 빼내는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펀드 내에서 현금을 예수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그것을 빼돌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결국 메리츠자산운용의 내부통제가 발동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돈이 아니라 고객의 돈을 인출했다는 점은 이례적"이라며 "펀드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또다시 저버릴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자체 앱을 통해 직접 펀드를 판매하는 운용사들이 늘어나면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판매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직접 판매에 뛰어드는 운용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들에게 직접 투자금을 받는만큼 그에 따르는 리스크 관리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서 운용사들의 직판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는 등 점검에 나서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