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줄도 알라"…허준이 입국 날, 수학자 꿈꾸는 학생들에 조언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한국 역사상 첫 필즈상 영예를 안은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39, June Huh)가 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허 교수는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끈기만큼 '포기할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목표에 집착하기보단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고,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목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의미다.

허 교수는 이날 기자들로부터 '수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동안) 수학은 진득하게 붙잡고 앉아 절대 포기하지 않고 10년이고 20년이고 지속하는 게 강조돼 왔다"면서 "제가 개인적으로 (끈기와 포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느낀 건 적당할 때 포기할 줄 아는 마음이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곰곰이 앉아 생각하기에 지금은 개인적으로 이 어려운 문제를 이해할 준비가 안 됐거나 아니면 본인뿐만 아니라 우리 인류의 발전 상황상 아직 이해할 준비가 안 된 문제들이 많이 있다"며 "그런 문제를 계속 1년 2년 3년 4년 집착하기보단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고 스스로 친절하면서, 본인의 마음이 가고 재미있는 방향으로 공부하고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고교중퇴, 뒤늦은 수학 사랑…늦깎이 천재의 필즈상 결실앞서 허 교수는 지난 5일 국제수학연맹(IMU)이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한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 역사상 첫 필즈상을 거머쥐었다. 필즈상은 4년마다 수학계 난제를 푼 만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노벨상'이다. 허 교수는 수학 분야 중에서도 완전히 다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을 융합해 수학계 난제 10여개를 풀었다.

허 교수의 필즈상 소식은 한국 사회에도 여러 교훈을 남겼다. 허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이지만 초·중·고 대학 교육을 모두 한국에서 마쳤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기도 했고, 검정고시로 입학한 서울대에서 학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물리천문학과 수학을 복수 전공하며 낮은 학점으로 대학을 남들보다 2년 더 다녔고, 대학 6년 중 5년째부터 수학에 뒤늦게 빠져들었다. 하지만 지름길을 두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융합적 사고를 키웠고 결국 필즈상을 거머쥐었다.


허 교수는 이날 '미래를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한마디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많은 10대·20대분들이 그러신 것처럼 저도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고 말할 수 있다"며 "지금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까 제가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하기는 했지만 저한테는 그게 가장 좋고 빠르고 최적화된 길이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천천히 차근차근 한 발씩 걸어 나가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허 교수는 청남방에 반바지를 입고 공항 출국장으로 나왔다. 아내 김나영 씨와 아들 허단 군이 허 교수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감격의 포옹을 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오는 13일 고등과학원(KIAS)에서 한 차례 강연하고, 이후에는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한다.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