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저축은행 다중채무자에 30% 충당금 더 쌓아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요건을 신설한다. 전체 대출고객 가운데 다중채무자 비중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이들의 부실 위험도 같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추가 적립비율은 카드사·상호금융과 같은 수준인 30%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13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요건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충당금이란 부실에 대비해 금융사가 미리 쌓아두는 돈을 뜻한다. 올 3월 기준 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113.6%인데, 금융당국은 현재 적립률 수준이 부실 위험에 대비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다중채무자가 늘어나 부실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대출고객 가운데 3개 이상 금융사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 비중은 2019년말 69.9%에서 지난 5월말 75.8%까지 상승했다. 다중채무자는 2금융권 고객 중에서도 '약한 고리'로 분류된다. 부실은 이들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저축은행의 잠재부실률도 높아지고 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잠재부실률은 2020년말 3.2%에서 지난 3월말 4.1%로 올랐다. 잠재부실률은 전체 대출 잔액 대비 30일 이상 연체된 채무잔액이다. 이날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된 만큼 다중채무자의 상환 부담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저축은행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다중채무자 대출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이에 대한 여신심사와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 수준은 30%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규정이 이미 존재하는 카드업권과 상호금융 업권 모두 30%씩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고 있어서다. 카드사는 2개 이상 카드론을 보유한 고객 대출에 대해, 상호금융의 경우 5개 이상 금융사 대출을 받았을 때 30% 추가로 충당금을 쌓고 있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의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 요건 전체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다중채무자에 대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저축은행과 마찬가지로 아직 캐피탈사에 대해서도 추가 충당금 적립기준이 없다. 또 과거엔 20% 이상 금리의 대출을 '고위험대출'로 구분하고 업권별로 30~50%의 추가 충당금을 쌓게 했으나 법정최고금리가 지난해 7월 20%로 낮아진 후엔 이 규정이 삭제됐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추가 충당금 적립 요건 신설을 중심으로 다른 업권의 관련 규정도 살펴볼 것"이라며 "3분기 내 입법예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