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아들 학교 왔나, PC 증거능력…조국 '입시비리' 재판 쟁점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가족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수수 등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7.8/뉴스1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의 재판이 지난 6월3일 재개됐다. 조 전 장관 부부는 아들 조모씨 등과 공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활동증명서 등을 고려대와 연세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해 입시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쟁점은 크게 동양대 PC의 증거능력 여부와 조국 전 장관 아들 조모씨의 인문학 프로그램 참여 여부로 좁혀졌다.
"조국 아들 키 크고 하얘서 인상에 남아" 학생 증언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은 증인신문 등을 통해 아들 조모씨가 동양대 청소년 인문학 프로그램에 실제로 참여했는지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씨가 실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허위 증명서를 발급해준 것이 아니게 된다.


장경욱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증인으로 출석해 "조 전 장관 아들이 학교에 왔다"며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장 교수는 정 전 교수와 같은 동양대 교양학부 소속으로 근무했다. 장 교수는 조씨를 인문학 프로그램 프로그램의 첫 날과 마지막 날, 자신이 책을 빌려준 날 총 3번 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프로그램 일부에 참석했기 때문에 허위 발급이 아니라는 취지다.

검찰은 조씨가 4주차 수업에 중간고사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며 신문했지만 장 교수는 "참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교수가 영주 터미널에 데리러 갔다고 한 날이니 확인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위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반대신문 방식이 지나치다. 수사하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했다.

장경욱 동양대 교수의 딸 장모씨도 지난 8일 증인신문을 받았다. 장씨는 조씨와 같은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조씨에 대한 인상적인 점이 있었나"고 묻자 장씨는 "또래 학생들보다 키가 컸고 피부가 하얘서 외적으로 인상에 남았다"고 답변했다. 이어 "학생들이 부피감 있는 패딩을 입었으나 조씨는 혼자 얇은 회색 패딩점퍼를 매일 입고 왔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총 5주차로 구성된 프로그램에서 장씨가 조씨를 본 것으로 기억하는 날은 3차례다. 장씨는 정 전 교수가 1주차 수업 당시 조씨를 소개했으며, 2주차 수업 때는 다른 남학생들이 조씨에게 형이라고 부르면서 인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3주차 수업에서는 같이 점심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4주차 수업에는 조씨가 참석하지 않았고 5주차에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고 증언했다.
여전한 쟁점, 동양대 PC의 증거능력다시 시작된 공판에서도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은 핵심 쟁점이다. 조 전 장관 측은 지난 6월3일 5개월 만에 다시 열린 재판에서 "동양대 PC의 증거능력을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PC에 대한 소유·관리권을 포기한다는 명시적인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며 "PC에는 가족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등 내밀한 정보가 있었는데 실질적 소유관리권을 포기한다고 하면 적어도 피고인들이 그런 정보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포기 의사가 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동양대 강사휴게실에 3년간 방치됐던 PC에 대한 소유권이 여전히 정 전 교수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은 지난 1월14일 이후 5개월간 열리지 않았다. 검찰이 재판부의 편파 진행을 이유로 기피신청을 냈다가 두 차례 기각당하는 동안 심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1월 재판부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근거로 동양대 휴게실 PC에서 나온 자료를 증거에서 배제하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를 오인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1월 임의제출 된 정보저장매체에서 압수의 대상이 된 전자정보의 범위를 넘어 탐색하는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PC에는 조 전 장관 부부의 딸 조민씨의 각종 인턴십 확인서와 일가의 자금관리 관련 메시지 등 재판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자료들이 저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재판부의 증거능력 배척에 반발하며 해당 PC들에서 추출한 정보들을 증인신문 과정에서 제시하지 말라는 것 역시 조 전 장관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피신청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는 "중요 증거를 재판에서 배제하겠다는 불공평한 예단과 심증을 가지고 증거 불채택 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담당 재판부가 편파적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택PC 하드디스크 은닉...조국도 알았나자산관리사 김경록씨가 이들 자택 PC의 하드디스크를 은닉한 사실을 조 전 장관이 알았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검찰은 김씨가 2019년 8월28일 조 전 장관의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빼낼 때, 정 전 교수가 조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중계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부부 측은 통화의 상대방은 조 전 장관 동생의 전처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동생의 전처 조모씨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조씨는 지난 22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씨는 당시 집에 있던 정 전 교수와 8분 가량 통화를 했다고 했다. 조씨는 "당시 (정 전 교수에게) '전화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괜찮다 집이다'라고 했다"며 "'자산관리인이 집에 와서 컴퓨터를 고치고 있다. 친한 사람이라 믿어도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자산관리 한단 분이 컴퓨터를 어떻게 고치는지 이상하게 생각했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증언 도중 울먹거리며 "사실 여기 나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그저 아이 키우며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제가 왜 이렇게 당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어 "재판에 못 나오겠다고 했는데 변호사님이 통화내용만 얘기하면 된다고, 제가 얘기 안 했을 때 (아이의) 큰아빠(조 전 장관)한테 너무 큰 죄책감이 느껴질 것 같아 죽기보다 싫었지만 나왔다"고 했다.

조 전 장관 부부의 다음 공판은 법원 휴정기를 마친 후 다음 달 12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