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 1번→1년 1번"…佛에 기술수출한 韓 장기지속 주사제 회사

"글로벌 동물용의약품 시장 상위 5개사 중 3곳에서 저희 아이템을 가져가겠다고 경쟁했어요. 우리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 플랫폼의 경쟁력을 인정한 거죠."

김주희 인벤티지랩 대표 /사진=인벤티지랩

최근 프랑스 동물용의약품 회사 버박과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인벤티지랩의 김주희 대표는 28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로써 인벤티지랩은 버박과 2년 전 첫 기술수출 계약 체결 후 두 번째 인연을 맺었다. 김 대표는 "양사 합의에 따라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완제품이 아닌데도 이렇게 의미있는 규모로 기술을 수출하는 경우가 국내에선 매우 드물다"며 "장기지속형 주사제라는 자체 기술을 보유한 덕분에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이 버박에 이전한 기술은 반려동물에 침범하는 기생충 치료 및 예방 약물을 실을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현재 시장에 나온 기생충 치료 및 예방약은 대부분 먹는 제형이다. 주사제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김 대표는 "가격 측면에선 먹는 제형의 이점이 큰 게 사실이지만 뱉으면 약효가 없다"며 "주사제는 복약 순응도, 편의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매달 기생충 예방약을 반려동물에 주사로 맞히자니 비용이 부담이다. 이에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 유럽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 형태의 기생충 예방약이 출시됐다가 심한 부작용으로 허가가 철회됐고 다시 허가를 받아 재출시 된 사례가 있다"며 "수요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다시 허가를 받은 제품도 효과가 미미하다"며 "제품 자체엔 장점이 크다고 판단해 특수제형으로 바꿔서 약물을 다시 출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벤티지랩은 이번에 약물을 실을 수 있는 주사제를 두 가지 형태로 만들었다. 같은 성분을 6개월, 12개월 지속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인벤티지랩 기술이 적용된 예방약을 선택하면 반려동물에 투여하는 횟수가 1달에 1번씩, 1년에 총 12번에서 1년에 1~2번으로 급감한다.


인벤티지랩은 마이크로스피어(구형의 아미노산 중합체)의 약효가 일정하게 나타나게 하는 마이크로플루이딕스(미세유체공학) 기술을 보유했다. 김 대표는 "하나의 입자는 약효 성분과 폴리머(중합체)가 버무려져 만들어지는데 (약물방출 속도를 결정하는) 폴리머가 잘 작동하지 않아 입자가 한 번에 터지거나 너무 늦게 분해되는 문제가 많았다"며 "자사 기술은 폴리머를 이용한 약물 방출 제어로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말했다.

시설 경쟁력도 자신했다. 인벤티지랩은 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생산시설을 통해 제조 품목허가까지 획득했다. 장비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직접 제작했다. 이를 위해 다른 회사와 달리 엔지니어도 대거 고용했다. 전체 임직원 수의 3분의 1이다. 김 대표는 "장비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은 이상적이지만 스타트업이 쉽게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2019년 내부화가 필요하단 판단 하에 시도한 결과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개선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는 등 결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인벤티지랩의 진출 시장은 무궁히 확장될 수 있다. 플랫폼 회사의 강점이다. 현재도 반려동물 기생충 예방약 외에 사람 대상 치매, 남성형 탈모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중 남성형 탈모 치료제는 국내 대웅제약 (111,900원 ▼400 -0.36%), 위더스제약 (8,190원 ▲180 +2.25%)과 작년 6월부터 함께 개발해왔다. 인벤티지랩은 전임상·임상 1상·제품생산 지원, 대웅제약은 임상 3상·허가·판매, 위더스제약은 제품 생산을 맡았다. 탈모 치료제 후보물질은 최근 호주 임상 1상이 완료됐다. 최적용량 비교 등 임상 2상 요소를 일부 포함해 3상으로 바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린 게 큰 수확이다.

IPO(기업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김 대표는 "향후 난치성 질환 극복을 위한 신약개발 플랫폼 회사로 성장해 지속적인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