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진출한 대만 최대 제약사 파마에센시아, 글로벌 회사 성장 비결은?

고청린 파마에센시아 최고경영자(CEO)/사진=한국파마에센시아

"파마에센시아는 연구·개발부터 제조·생산·상용화까지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회사를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력제품인 희귀질환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게 목표입니다."


고청린 파마에센시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파마에센시아는 2003년 설립된 대만계 제약사다. 본사가 대만 타이페이에 있다. 설립 당시 임직원은 7명이었다. 회사는 희귀질환인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제 '베스레미'를 개발했다. 이 질환은 적혈구가 정상치 이상으로 증가하는 병인데 혈전증과 비슷한 어지럼증, 두통, 시력장애 등 증상이 나타난다. 베스레미는 2019년 유럽 의약품국(EMA)의 승인을 받았고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대만 대표 제약사로 꼽힌다. 지난 6월 기준 대만 100대 제약사 중 시가 총액 1위 업체다. 대만 100대 제약사 시총이 464억달러(약 60조원)인데 회사의 시총은 전체의 10%를 넘는 49억달러(약 6조원)다.

신약 개발에 성공한 이후 파마에센시아는 미국, 일본, 중국에 지사를 설립했으며 한국엔 지난해 9월 진출했다. 7명이서 시작한 바이오 벤처가 수백명이 속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비결에 대해 그는 "회사 창업자 대부분이 과학자"며 "이들이 신약 물질부터 전임상, 임상 단계까지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덕분에 파마 에센시아가 신약 후보물질의 승인 과정을 밟는 데까지 큰 도움을 받았다"며 "설립 이후 투자자, 주주 등 관계자와 긴밀하고 정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고청린 CEO는 국립타이완사범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연구자 출신이다. 1992년부터 20여년간 바이오젠에서 아덴트리 및 페길레이티드 아보넥스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활약했다.

그는 " 파마에센시아도 암젠(Amgen)이나 바이오젠(Biogen) 같은 글로벌 제약사처럼 과학자에 의해 창업되고 과학 기술을 토대로 성장했다"면서 "우수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전임상, 임상 단계까지 밟아 나갔다. 이 연구들을 기반으로 회사에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고 했다.

연구자 출신 CEO로서 약점으로는 '자본'을 꼽았다. 그는 "회사가 벤처로 창업하고 연구개발 과정, 임상과 마케팅에 필수 요소는 자본"이라며 "초기에 각 과정에서 많은 투자가 필요했고 투자 유치 등 재정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히 좋은 투자자를 만나 지속적인 투자를 받아 지금의 파마에센시아를 만들 수 있었다"고 했다.

파마에센시아는 대만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함께 시작했다. 대만 정부는 파마에센시아를 민간 기업으로유지하며 투자할 수 있는 최대지분인 40%를 인수했다. 20%는 국가개발기금에서, 나머지는 경제부에서 보유했다. 현재 정부 지분은 11.3%다.

지분 매각은 없었지만 회사 규모가 커져 추가 주식 발행과 민간 투자가 늘어나 지분율이 줄었다. 초기 투자자는 주당 1달러였던 주가가 500달러까지 올라 높은 투자 수익을 냈다. 덕분에 초기 투자자 56%는 아직도 지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베스레미 개발 과정에서 기술이전 제안이 없었냐'는 질문에 "라이선스 계약 제안은 지속적으로 있었다"면서 "하지만 파마에센시아는 연구·개발부터 제조·생산·상용화까지 가능한 글로벌 바이오 회사를 목표로 달려왔다"라고 했다.

베스레미는 인터페론 제제다. 인터페론은 당단백질로 항바이러스 방어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 면역계의 방어 기능을 높인다. 진성적혈구증가증 치료에 1980년대부터 사용됐지만 FDA의 허가를 받은 것은 베스레미가 처음이다.

인터페론은 투약 횟수가 많은데다가 여러 부작용이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베스레미는 투약 기간과 빈도를 최대 4주에 1번까지 늘릴 수 있다. 다른 제제보다 많은 용량을 안전하게 복용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환자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조혈모세포에 직접 작용한다는 점에서 회사는 베스레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한다. 베스레미 매출은 지난해 2200만달러(약 290억원)다. 올 상반기에는 이를 훌쩍 뛰어넘어 이미 4000만달러를 달성했다.

고 CEO는 "베스레미는 치료가능한 차수와 상관없이 모든 진성적혈구증가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어서 환자군도 폭넓고 더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되는 것이 목표다. 국내 법인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환자들은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베스레미를 처방받아왔다. 병원에서 소견서를 받고 이를 희귀의약품센터에 제출해 의약품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유통돼왔다. 관세 등을 환자들이 직접 부담해 비용 부담이 컸다. 현재는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으로 국내 환자들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고 CEO는 "한국파마에센시아는 향후 인력 풀도 늘려갈 것"이라며 "현재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지사가)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