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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드넓은 논바닥 위에 떠있는 호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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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3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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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도쿄의 하네다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동북방향으로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야마가타현의 쇼나이 지방은 예로부터 일본 유수의 쌀 생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전체적으로 넓고 아름다운 논 풍경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드넓은 논바닥 한가운데 멋진 2층짜리 목조 호텔이 들어서 있어 눈길을 끈다.

쇼나이공항과 JR 스루오카역에서 가까운 이곳은 2018년에 오픈한 'SHONAI HOTEL SUIDEN TERRASSE'(쇼나이호텔 스이덴 테라스)'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호텔들은 해변에 위치해 오션뷰를 자랑하며 비싼 요금을 받고 있지만 이 쇼나이호텔은 테라스가 '(물이 차 있는)논 뷰'인 방이 대부분인 매우 이색적 장소다. 놀라운 것은 이 호텔을 설계한 사람이 그동안 상업시설은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고 코로나 시국에도 연간 방문객이 5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가 넘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 특이한 것은 이 호텔을 세우고 운영하는 곳은 '야마가타 디자인'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의 설립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야마나카 사장은 이 지역과 전혀 연고가 없는 도쿄 게이오대학 출신의 올해 36세의 매우 젊은 경영자인 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하게 부동산 대기업에 다니던 야마나카 사장이 주로 맡았던 업무가 지역의 쇼핑몰을 짓기 위한 땅을 매입하는, 시쳇말로 '꽃 보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사표를 내고 우연한 기회에 전혀 연고가 없는 야마가타현으로 이주했다. 8년 전인 2014년에 자본금 10만엔(약 99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한 후 엄청난 양의 사업계획서와 당찬 포부만을 가지고 은행과 지역 기업들을 설득해 약 23억엔(약 22억8000만원)을 투자받아 논 14헥타르를 매입하고 '논 위에 떠 있는 호텔' 건설에 성공한다.

야마가타 디자인이 다루는 것은 호텔뿐만 아니다. 인접한 농지에는 전천후형 교육시설인 'KIDS DOME SORAI'(키즈돔 소라이)를 세워 보육시설과 놀이터를 운영한다. 그 교육사업의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SORAI 전기'라는 에너지사업도 전개하고 대형 비닐하우스 50동에서 유기농업도 운영한다. 그외에도 농업 인재의 육성 사업, 농업용 로봇 사업, 쇼나이 지역 기업의 구인 사업을 위한 리쿠르팅 사업도 하는 등 총 8개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경이로운 점은 야마나카 사장이 이러한 사업들을 거의 같은 시기에 스타트했다는 것이다. 호텔 개업은 2018년 9월, 그해 5월에는 '쇼나이즈칸'이라는 쇼나이 지역의 일과 생활 정보를 발신하는 웹미디어와 일자리를 소개하는 사이트를 시작했으며 같은 시기에 농업용 하우스를 세워 농작물 재배를 개시했다. 교육시설 소라이의 개업은 같은 해 11월에 하는 등 모든 비즈니스가 동시다발로 진행됐으며 대부분 순조롭게 진도를 내고 있다.

그 결과 이 지역으로 유입되는 인구수가 떠나는 인구수를 역전했는데 매우 고무적인 것은 유입되는 인구가 주로 25세에서 35세 사이의 청년과 젊은 부부인 점이다. 또한 이 지역의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배우기 위해 타 지역에서 강의 요청과 견학들이 쇄도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젊은 인구의 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 기적 같은 결과는 젊은 사장 혼자서 이뤄낸 것은 절대 아니다. 실체가 안 보이는 도전정신에 대출이 아닌 출자 방식으로 투자를 한 지역 은행들과 기업들, 그리고 27만명 전 주민들 대상으로 한 주주영입, 주민등록을 지역으로 옮기는 조건으로 입사한 직원들 등 모두 인생을 걸고 이뤄낸 걸작품인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축구선수로 활약하다 대학 입학 후에는 미식축구를 하며 일본 대표까지 했던 야마나카 사장. 대기업에 입사한 이후에도 누구나 다루던 '엑셀' 작업도 못했던 한 사원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시작했던 일들이 일본 지역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신이 태어났기 때문에 아버지가 기업의 리스크를 취하는 것을 멈췄다는 얘기를 고등학교 때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리스크를 짊어져도 의미 있는 도전은 꼭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는 세 남매의 아빠인 야마나카 사장의 행보가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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