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두자릿수 인상 '톤당 10만원'..레미콘·건설업계 후폭풍

쌍용C&E 동해 공장 전경.(쌍용C&E 제공)/사진=뉴스1

주요 원자재인 유연탄(고효율 석탄) 가격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으면서 시멘트업체들이 단가를 추가로 올리고 있다. 시멘트 업체들은 유연탄 등 원자재 비용부담으로 생산성이 '버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레미콘 공급 가격도 오를 수 밖에 없어 건설업계 전반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는 다음달 1일부터 1톤(t)당 공급단가를 9만2200에서 10만6000원으로 15% 인상하겠다는 공문을 레미콘 업체 등에 발송했다. 삼표시멘트도 다음달 1일부터 공급가격을 9만4000원에서 10만5000원으로 11.7%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시멘트 국내 공급량의 차지하는 비중은 30~35% 안팎이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도 공급 단가를 높이는 방안을 매만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한 쌍용C&E는 △유연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급등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등으로 인한 물류비 증가 △전력비 인상 △금리인상 및 환율 상승에 따른 복합적인 위기로 진단했다. 쌍용C&E 관계자는 "단가인상 논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연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1년에 두 차례 이상 시멘트 가격이 오르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올해 2월 시멘트 업체들은 15%가량 단가를 올려 받은데 이어 유연탄 가격 불안정에 따라 다시 한번 가격조정 움직임을 보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체들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레미콘 믹스트럭 자료사진./사진=뉴스1

이는 시멘트 업체의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쌍용C&E는 상반기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대폭 줄었다. 매출액은 8625억56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6%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524억9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53.2% 감소했다. 공급 가격을 15%인상해 1톤당 9만800원을 받았지만 유연탄 가격을 감당하긴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주요 수입국인 호주산 연료탄 가격은 1톤당 지난해 평균 130달러에서 지난달 400달러를 넘어서 3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물류대란 등 악재도 겹쳤다. 게다가 지난 6월 화물연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공급 자체도 차질을 빚었다.


문제는 시멘트 단가 인상에 따른 레미콘·건설업계의 가격저항이다. 레미콘 업계는 시멘트 추가 단가 인상에 난색을 표한다. 올해 초 시멘트 단가가 오르면서 수도권 레미콘 업계는 지난 5월부터 공급 가격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높였는데 4개월 만에 또 인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미콘 가격이 오르면 분양가 등 건설업계 공급단가도 잇따라 오르게 된다. 레미콘 업계는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분양가 인상 등을 이유로 납품단가를 올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99㎡(30평) 아파트에 드는 레미콘량은 50㎥(루베)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원가는 400만원에 불과하다"며 "건설사가 올려 주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쉽게 수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