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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도로위 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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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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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0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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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천=뉴스1) 이동해 기자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2.6.12/뉴스1
(이천=뉴스1) 이동해 기자 =경기 이천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화물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2022.6.12/뉴스1
7년 전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기와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아내를 보기 위해 주말마다 처갓집을 다니던 때였다. 산업도로를 한창 달리는데 시커먼 물체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 주차된 화물차였다. 충돌을 피하려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옆 차선을 볼 여유는 없었다. 차가 휘청하면서 조향능력을 잃고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뻔 했다. 다행히 주변에 차량이 없어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지만 커브길이 끝나는 지점에 주차를 해 놓고 반사판도 세워 놓지 않았던 화물차의 존재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한번이라도 비슷한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화물차의 도로 위 불법주차는 운전자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것이다. 무엇보다 충격을 완화해주는 범퍼가 작동하지 않아서다. 차체가 낮은 승용차가 화물차 아래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언더라이드 현상 때문에 그렇다. 첫 충격은 승용차 A필러로 전달돼 운전자는 손 쓸 새도 없이 화물차 후미와 맞닥뜨리게 된다. 불법주차된 화물차가 도로 위 의 흉기라 불리는 이유다.

지난달 9일에 이런 사고가 현실에서 일어났다. 새벽 3시30분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 도로에서 불법주차중인 화물차를 승용차가 뒤에서 추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이 주차한 14톤 트럭을 들이받은 K5를 몰던 30대 운전자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사건 영상을 보면 차량은 화물차 뒷바퀴까지 파고 들었고 화물차 뒷부분은 운전석을 집어삼켰다. 사망사고 발생한 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이천공장 주변의 화물차 불법주차는 여전하다. 일부 차량이 빠져나간 것을 빼면 사망사고 때와 다르지 않다.

법은 힘을 잃은 지 오래다. 황색실선 위 불법주차 외에도 1.5톤 이상 화물자동차는 지정된 차고지에 주차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곳에선 무용지물이 됐다. 대중들에게 공포의 대상인 과태료 딱지도 먹히지 않는다.

도로 위 흉기는 최근 한 곳 더 늘었다. 화물연대가 지난 3일부터 이천과 청주에 이어 홍천의 하이트진로 강원공장까지 농성을 확대한 것이다. 조합원들이 화물차를 앞세워 공장 진입로를 점거한 것은 이전 농성방식과 똑같다. 공장 입구로 들어가는 유일한 다리인 하이트교에서 한쪽 차선은 화물차량으로 막고, 다른 한쪽은 시위인력으로 담장을 쌓았다. 시위 강도도 높아졌다. 4일 오전 경찰이 해산을 시도하자 조합원 5명이 강물에 몸을 던졌다. 경찰의 진압 작전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했다.

화물연대의 강원공장 진입로 점거는 명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 강원공장은 맥주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시위에 참여하는 화물연대 노조원은 소주 운송 업무를 한다. 이들이 요구하는 운송료 인상과 해직자 복직, 손해배상 청구 취하 등과는 무관한 곳이다. 맥주 성수기에 출고를 막기 위한 것인데 이로 인해 지난 3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맥주 출고량은 '제로'였다. 하이트진로는 악의적인 영업방해 행위라고 본다.

화물연대 하이트진로지부의 전면파업은 5일 기준 64일째다. 하이트진로의 운송을 담당하는 수양물류는 휴일 운송료 150% 인상과 함께 오는 8일까지 복귀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최종안을 제시했다. 협상이 이뤄져 주말이 지나면 파업의 끝을 가늠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애먼 사람이 잃은 목숨은 돌아오지 않는다. 무고한 사람의 생명과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일하는 임직원들의 일터를 존중해야 화물연대의 권리나 이익도 존중받을 수 있다.

 /사진=지영호
/사진=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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