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플 바꾸고, 전남친과 미팅…'막장' 리얼리티 보는 이유? "내 얘기 같아"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당신의 X(전 애인)는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헤어진 전 연인과 함께 살면서 재회하거나 새 짝을 찾아 나서는 '매운맛' 연애 리얼리티 예능의 인기가 전성기를 맞았다. TV 채널이나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마다 대표 간판 연애 예능이 있을 정도. 전문가들은 최근 연애 프로그램이 성행하는 이유로 일반인을 내세운 '리얼함'에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줄어든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간접 경험 수요가 증가한 것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자극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혼, '돌싱(돌아온 싱글)', 커플 바꾸기. 이전에는 방송에서 금기시되어왔던 콘셉트다. 방송가는 이 같은 소재로 프로그램마다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과거의 연인들이 한 장소에 모여 새로운 사랑과 예전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환승연애'부터 이혼한 남녀들이 한 장소에서 동거하는 '돌싱글즈', 권태기를 맞은 연인들이 서로 다른 이성과 데이트하는 '체인즈 데이즈'까지. '아래로 되나?' 싶은 정도 자극적인 소재의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8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티빙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12만4656명으로 지난 6월 대비 10만 명 이상 증가했다. 지난달 15일 공개된 오리지널 콘텐츠, 환승연애 시즌2의 효과다. 환승연애 시즌2 에피소드 1, 2화가 공개된 이후 주말 유료 가입 기여자 수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돌싱글즈 시즌 3는 케이블 채널임에도 불구하고 5%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며 인기리에 종영했다.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예능은 타인의 연애를 관찰한다는 시청자의 '관음증적' 욕구를 충족한다. 실제로 연애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사람들도 남의 연애를 '훔쳐보는 느낌'에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연애 감정에 대한 공감을 넘어 남의 연애를 훔쳐보는 관음증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환승연애 관련 '밈' / 사진= 트위터 갈무리

각종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애청하는 직장인 김모씨(38)는 시청하는 연애 프로그램만 4개에 달한다. 김 씨는 "일반인이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경우 엮이는 과정들이 최소한의 편집으로 날 것 그대로 드러나서 재밌다"며 "사람들이 남의 연애를 관음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잘 자극하는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27)는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이 "남의 일 같지가 않아서 좋다"고 했다. 박씨의 지난 연애사를 돌아보는 것 같아 '공감성 수치심'이 들면서도 영상을 끄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남 연애 이야기만큼 은밀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그 모습 속에서 내 과거 모습을 찾고 과몰입해서 출연자를 응원하게 되고, 비판하게 되고, 공감하게 된다"고 했다.

스스럼없이 자신의 사생활을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의 사생활을 보는 것이 낯설지 않게 한다고 봤다. 대학생 임모씨(23)는 "유튜브로 일상을 공개하는 브이로그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까지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는 관찰 예능에 딱히 거부감이 없이 보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는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다. 직장인 이모씨(26)는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출연자 감정의 너무 내밀한 모습까지 방송될 때가 있는데 '내가 이것을 다 보고 들어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무 관음증적인 시선을 자극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씨도 연애 프로그램 애청자지만 프로그램이 자극적이라는 비판에 동의한다고 했다. 박씨는 "사람들은 보통 행복한 스토리보다 불행하거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들을 좋아한다"며 "연애 상대를 바꾸는 체인지데이즈가 유행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선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이야기들이 방송이란 명분을 앞세워 흥행하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인을 내세운 '리얼함'에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줄어든 오프라인 모임에 대한 간접 경험 수요가 증가한 것을 꼽았다. 다소 자극적 소재가 예능에 등장한 것의 이유로는 다양한 플랫폼 등장으로 인한 경쟁을 지목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실제로 이제 일어날 수 있는 일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모임이 줄었기 때문에 간접적인 체험 효과로서 좋은 콘텐츠라고 본다. 사람 간의 이야기, 관계, 연애 감정 등에 더 많이 호기심을 갖고 더 그런 리얼한 이야기에 몰입하고 선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짝짓기는 인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라며 "과거에는 금기시됐던 이혼이니 돌싱이 수면위로 드러나고 짝짓기하다가 실제로 결혼한 사례도 나오면서 리얼함이 강조되면서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것"이라고 했다.

하 평론가는 "종합편성채널을 넘어 OTT까지 채널이 확장되다 보니 과거보다 더 표현이나 수위 등 강해진 노골적인 콘텐츠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억눌려왔던 연애 프로그램 시청 수요가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