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하이닉스, 인텔-AMD…韓美 반도체 대표株 차별화시기 온다

삼성전자 (80,000원 ▼2,200 -2.68%), SK하이닉스 (179,100원 ▼9,100 -4.84%), 인텔, AMD 등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표정이 크게 엇갈린다. 인텔은 적자쇼크로 주가하락과 시장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부정론이 부상하는 반면 삼성전자와 AMD는 인텔의 대안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28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한 이후 주가가 연일 급락한 반면, 반도체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AMD는 주가가 튀어오르면서 시가총액 역전폭이 커지고 있다.

인텔이 공개한 2분기 매출액은 153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월가 전망치에도 14% 가량 미달하는 수준으로 1999년 이후 최악의 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영업손실도 7억달러에 달하는 등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반면 AMD는 시장기대치를 넘는 매출 65억5000만달러, 영업이익 5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실적발표 전인 7월27일 인텔주가는 39.77달러였으나 현재는 35.39달러까지 하락한 상태고, 같은 기간 AMD는 89.82달러에서 102.31달러로 크게 올랐다. 현재 시가총액은 인텔이 1447억1000만달러, AMD가 1657억9400만달러다. 전체 매출만 놓고 보면 아직 인텔의 우위가 여전하지만 시장에서 평가하는 기업가치는 이미 AMD에게 왕좌가 넘어온 분위기다.

장효선 삼성증권 글로벌 주식팀장은 "지난 5년간 각종 지표를 보면 AMD는 훌륭한 제품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인텔로부터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획득해왔다"며 "절대수치는 인텔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2023년(전망치) 실적을 비교하면 AMD의 매출액은 7조원에서 38조원으로 늘어나지만 인텔은 60조원에서 97조원으로 관측된다는 것이 장 팀장의 설명이다. 이 기간 순이익도 △AMD(5000억원→8조7000억원) △인텔(14조원→11조원) 등으로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올 2월 AMD가 인텔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추월한 적이 있으나 다시 뒤집혔다. 그러나 이번 2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당분간 AMD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두 업체의 시총 역전은, 최근 개인용 컴퓨터(PC)와 서버 칩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두 회사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2분기 실적을 기점으로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 77조2036억원, 영업이익 14조971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1.25%, 영업이익은 12.18% 늘어난 수치다. 2분기 기준 최대 및 역대 두번째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좋았다. 매출 13조8110억원, 영업이익 4조1926억원을 기록했다. 13조원대 분기매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양사에 대한 시장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하락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수익성으로 경쟁력이 오히려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SK하이닉스는 판매가격 하락과 재고증가가 함께 이뤄져 실적이 둔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업계 전체가 함께 호황을 맞는 국면이었다면 하반기부터는 보릿고개가 시작되면서 실적에 기업별 변별력이 두드러지는 시기가 온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지만 아이폰에 공급하는 모바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물량이 확대되면서 충격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차이다.

이에 따라 주가도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전 6만1800원에서 현재 6만800원으로 1.6% 하락하는데 그쳤으나 SK하이닉스는 3.7% 내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주가는 실적 기대감이 얼마나 낮아졌는지, 그리고 엇갈리는 실적전망에 따라 차별화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