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의료사고 감추려 간호기록 위조..."의사 면허 취소는 위법"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신생아에게 뇌손상을 입힌 의료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를 위조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산부인과 의사의 면허를 유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A씨가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산부인과 의사인 A씨는 2015년 1월 산모가 출산한 영아에게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히는 의료사고를 저질렀다. A씨는 자신의 과실을 숨기기 위해 간호기록부를 위조하고 이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업무상과실치상,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2020년 2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보건복지부는 판결이 확정된 후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가 간호기록지를 위조·행사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됐고 이는 의료법이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 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한다.

A씨는 "의료법이 정한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고 행사했을 경우에 한정된다"며 면허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반 사문서인 간호기록지를 위조하고 행사하는 행위는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의료법 개정 경위와 입법목적 등에 비춰보면 의료법에서 정한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를 작성하거나 행사해 처벌받은 경우에 한정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범행은 보건의료에 관련된 범행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의사면허를 취소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보건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포함하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A씨의 의사면허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의료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면허를 취소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