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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4 협상, '룰 메이커'로 가는 길[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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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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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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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2박 3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연설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2박 3일의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연설을 마친 후 윤석열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코로나19(COVID-19)는 '전대미문'의 위기였다. 그 전까지는 전세계적 위기라 해도 시작은 국지적이었다가 점차 범위를 넓혀가는 양상이었다. 먼저 위기를 겪으면 그만큼 회복도 먼저였다. 코로나19의 양상은 다르다. 거의 동시에 세계 경제가 멈췄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했다. 회복단계의 차이는 더 극명하다. 선진국이라도, 백신을 먼저 맞았어도,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해도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세계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착수한 배경이다.

특히 중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필사적이다. 기존 군사적 우방을 경제적 동맹으로 확대 재편함으로써 중국을 견제함과 동시에 자국 산업의 기반을 보호하려 한다.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와 칩4(4개국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은 IPEF와 칩4에 한국의 적극적 참여를 요구한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세계 재패를 막는데 있어 한국을 가장 중요한 국가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극동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던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한국을 먼저 찾았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삼성전자 (54,500원 ▲100 +0.18%)의 평택공장까지 찾아가 세계 최초 3㎚(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 시제품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지난달 화상면담에서는 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최태원 SK (214,500원 ▼7,500 -3.38%)그룹 회장에게 "땡큐, 토니(최태원 회장 영어이름)"를 연발했다. 재럿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달 방한기간 중 LG화학 (604,000원 ▼22,000 -3.51%)을 찾아 '프랜드 쇼어링(friend shoring, 우방국 투자유치)'을 언급하며 한미 경제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유사 이래로 우리나라는 언제나 강대국들이 정한 룰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장기판의 말' 신세였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연출할 때도,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극복할 때도, 미국발 서브프라임론 사태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나가는 과정도 그랬다. 규칙을 만드는 '룰 메이커(Rule Maker)'였던 적이 없다. 언제나 강자가 만든 규칙을 반드시 따라야만 하는 '룰 테이커(Rule Taker)'였을 뿐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전세계적인 공급망 재편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위기이자 기회다. 우리산업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만큼 미국 등 강대국들의 러브콜이 강해진다. 접근방식에 있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룰 테이커가 아닌 룰메이커가 돼야 한다. 누가 판을 짜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칩4 참여는 룰 메이커가 될 기회다. 초기 단계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해 우리기업과 산업에 유리한 판으로 이끌어야 한다. 중국의 반발은 어차피 예상가능한 수순이다. 그럴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 정교하게 규칙을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처음부터 대비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등 정부당국은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함과 동시에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한다.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다. 절대로 허무하게 놓쳐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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