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 테슬라 '달탐사' GM·현대차...K-배터리도 우주 갈까

/사진=록히드마틴 유투브 캡처화면

글로벌 주요 전기차 회사들이 우주 개척·탐사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K배터리 파트너 회사들이 주축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프리미엄 배터리 라인업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이들과 대기권 바깥에서도 파트너십을 체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8일부터 '달 탐사 모빌리티 프로젝트 관리' 직군 채용에 나섰다. 지난달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한 정부 출연 6개 연구기관과 사내 기존 유관 조직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이끄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인원 보강을 계기로 달 탐사 프로젝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완성차업체의 우주 진출 계획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네럴모터스(GM)는 록히드마틴과 공동으로 2025년 달에서 사용될 탐사선을 개발하고 있다. GM·록히드마틴의 탐사선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차 기반이다. 최대 시속 12마일(약 19km), 자가 발전으로 배터리를 충전시켜 달 표면에서 최소 10년 이상 주행 가능한 성능을 구현해내는 게 목표다. GM은 개발된 차량을 미항공우주국(NASA)뿐 아니라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탐사업체들에도 공급하겠다는 의지다.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겸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의 이른바 화성 개척계획의 일환으로 설립됐다. 로켓 비용 절감을 통한 인류의 지구 밖 진출을 위해 세워진 우주 탐사기업이다. 테슬라 역시 우주개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막대한 스페이스X의 운영자금이 테슬라 전기차 판매를 통해 충당되고 있으며, 머스크 CEO가 스페이스X에 테슬라 기반의 탐사선을 실어 화성으로 보낸다는 구상을 지닌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외에도 독일 아우디, 일본 토요타, 중국 지리차 등이 우주 탐사선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구상하는 탐사 차량이 목적에 따라 기능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으나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탑재하고 전력을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선 공통점을 보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도전장을 낸 회사 중 상당수가 국내 배터리회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K배터리의 쓰임새가 보다 다양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GM도 LG에너지솔루션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는 북미 배터리 합작사(JV) 얼티엄셀즈를 설립했으며 현재 개발하고 있는 우주 탐사 차량에도 얼티엄셀즈 배터리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에, 삼성SDI는 아우디에 각각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관건은 기술력이다. 지구에서와 같은 성능을 보일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최대 난제는 온도다. 현행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저온 환경에서 취약하다. 겨울철 전기차의 성능이 저하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리튬이온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납축전지는 상대적으로 추위에 강하지만, 영하 100도 밑으로 떨어지는 우주 환경에서는 무용지물일 가능성이 높다.

달 적도 부근의 하루 최고온도는 116도다. 이는 태양이 잠깐 비치는 순간적인 온도일 뿐이다. 가장 뜨거운 적도 부근임에도 상당 시간 영하 100도 안팎에 노출된다. 하루 평균온도가 영하 53도일 정도다. 이 밖에도 대기권을 오갈 때 받게 되는 강한 압력과 지구보다 중력이 낮은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견딜 수 있는지도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 같은 이유로 우주탐사 과정에서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기술 축적이 높은 한국·일본 배터리가 중용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우주공간에서 태양광을 발전해 이를 배터리에 축적 시킨 뒤 지상에 송전하는 방식의 발전 모델이 2040년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되고 있고, 우주선들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배터리를 탑재시켜 자가 발전하고 있다"면서 "현존하는 최고 배터리 기술력에 일부 보완이 이뤄진다면 행성 표면에서 충분히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력이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미국·소련의 우주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신기술이 다른 영역에 활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전기차·배터리 분야 역시 우주에서의 주행 능력을 개발하면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진보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