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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이 묻힌 곳을 알고 싶어 미치겠다, ‘블랙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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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영(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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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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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애플TV+
사진제공=애플TV+
조나단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1991), 데이빗 핀처 연출의 ‘조디악’(2007), 토마스 맥카시의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 필자가 지극히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들이다. 이 작품들의 공통점은 어떤 사건을 대하는 등장 인물들의 내적 갈등을 집요하게 포착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때로는 인물들의 심리가 엉망이 되기도 하고, 스스로 그곳에 함몰되어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애플TV+의 시리즈 ‘블랙 버드 Black Bird’를 마주하며 지난 날 사랑했던 작품들과 마주했을 때 생겨났던 애정을 느꼈다. 처음엔 태런 에저튼이 출연하는 어떤 연쇄 살인범 추적 스릴러 정도로 생각하고 스트리밍 재생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블랙 버드’는 모든 등장 인물 상호간에서 발생하는 긴장, 스트레스 등의 억압적 심리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블랙 버드’의 시놉시스는 의외로 간단명료하다. 마약 범죄와 불법 무기 소지로 10년 형을 받은 재소자에게 소녀 연쇄 살인범이지만 확증을 얻지 못해 석방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의 자백을 받아내면 석방시켜주겠다는 제안, 그리고 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다. 재소자는 태런 에저튼이 분한 지미이고, 연쇄 살인범은 폴 월터 하우저가 연기한 래리이다. 여기에 래리를 완전한 범인으로 확정하고 지미에게 물증을 요구하는 FBI 요원으로 세피데 모아피가 출연하고,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고뇌하는 보안관으로 그렉 키니어가 출연한다. 이 주요인물들과 더불어 지미의 부친으로 멋진 배우 레이 리오타가 등장한다. 그는 마틴 스코시즈의 걸작 ‘좋은 친구들’(1990)로 오랫동안 각인된 배우이며 이 시리즈가 유작이 되었다 .


사진제공=애플TV+
사진제공=애플TV+


‘블랙 버드’는 6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눌한 듯 하지만 아주 치밀한 심리를 지닌 범인 래리와 그의 곁을 파고들어 증언을 확보하려는 지미의 구도를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풀어낸다. 하지만 시리즈는 결코 감각적이거나 역동적이지 않다. 아, 이게 시대에 뒤처지는 느낌이란 말은 결코 아니다. 때로는 화려한 편집이 적용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롱테이크라 일컬을 수 있을 만큼 테이크가 긴 정적인 시퀀스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리듬 속에서 ‘블랙 버드’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한 걸음 한 걸음 진실에 다가간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조금 놀란 건 태런 애저튼이라는 배우에 관해서다. 솔직히 말해 그는 ‘킹스맨’ 연작을 통해 청춘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힐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 ‘로켓맨’에서 뮤지션 엘튼 존을 연기하는 모습에서 조금 더 다른 시선을 갖게 만들었다. 어쩌면 시리즈 ‘블랙 버드’는 배우로서의 그의 위치를 좀 더 향상시키는 주요 전환점 같은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침착하면서도 (피날레를 향해 갈수록) 폭발적인 연기를 펼쳐낸다. 여기에 더 눈여겨볼 배우는 연쇄 살인범 래리 역을 맡은 폴 월터 하우저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작 ‘리차드 쥬얼’에서 눈여겨봐야 할 배우가 되었고, ‘크루엘라’에서도 돋보이는 캐릭터를 맡았었다. 여전히 우리에게 낯선 배우이긴 하지만 ‘블랙 버드’를 통해 보여준 그의 연기는 필자가 ‘애정’했던 과거의 작품들 속에 등장했던 걸출했던 그들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제공=애플TV+
사진제공=애플TV+


우리는 익히 보아왔지 않던가. 한니발 렉터의 지적인 그로테스크함, 데이빗 핀처 작품 속에서 무너지던 기자와 수사관들, ‘스포트라이트’의 기자들이 무겁게 가졌던 폭로에 대한 부담들 말이다. 이와 같은 작품들과 유사한 선에서 ‘블랙 버드’는 어떤 형태의 살인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단지 소녀들이 불운하게 살해당했고, 그들이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답답함에 대해 다가서는 이들의 집요함만이 존재할 따름이다. 그래서 이 시리즈는 오랜만에 접하는 잘 만든 작품이 된다. OTT 플랫폼 구독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노골적인 폭력을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스트리밍을 시작한 이들이 결코 정지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고나 할까?


만일 당신이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더불어 한국 작품인 ‘살인의 추억’ ‘암수살인’ 등에 호감을 가지고 있다면 ‘블랙 버드’는 그 기대를 꽤나 만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태런 에저튼에 대한 배우로서의 인상은 마치 ‘암수살인’의 주지훈의 성장과 같은 느낌이란 생각도 든다. 덧붙이자면 ‘블랙 버드’의 음악은 포스트 록 밴드 모과이(Mogwai)가 맡았다. 이들은 얼마 전 개최된 펜타포트락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 아티스트인데, 이 시리즈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스코어 역시 꽤 매혹적이다. 그래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블랙 버드’는 연출, 연기, 음악이 꽤 성공적으로 조합된 근래 보기 드문 수작 시리즈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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