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애매했던 의료기기도 앞으론 바로 심사…식의약 규제 바꾼다

오유경 식약처장이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정부가 융복합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형태의 의료기기도 허가신청이 이뤄지면 빠르게 심사 절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는 기존 품목분류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 분류 결정에만 상당시간이 소요돼 제품 개발 시간이 길어지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오는 12월까지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mRNA 백신·치료제 지원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안전성이 입증된 연구용 세포주를 이용한 임상시험용 백신 생산을 허용해 생산용 원료물질의 기준을 확대한다. 이를 통해 mRNA 기반의 의약품의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헬스기기 등 신기술을 접목한 품목의 상용화 시기 단축과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 신설안 등을 담은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 및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 혁신'이 지원의 핵심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 새로운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의약품·의료기기와 관련해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품목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의약품 규제 완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적 지원에 무게를 실은 48개(공통 2개 포함) 과제가 선정됐다.

그동안 품목분류가 없는 디지털헬스기기 등 신규 의료기기의 경우, 분류 결정에 긴 시간이 필요했다. 대표적 규제혁신 대상이었던 셈이다. 식약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제품 위해성과 유사제품의 사용목적, 성능 등을 고려해 이를 '한시품목'으로 분류해 허가 신청과 동시에 품목 신설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헬스기기 업체 한 관계자는 "품목 분류만이라도 따로 해달라고 요청했던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기기의 경우 허가가 지연될 경우 최신 흐름을 반영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규 의료기기 맞춤형 신속 분류제 도입과 코로나19(COVID-19) mRNA 백신·치료제 개발 '신속 임상 지원 플랫폼' 마련에 방점이 찍혔다. 오는 12월까지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 치료제는 코로나19 변이 등 질병 특성 변화를 고려한 유연한 임상설계를 인정하기로 했다. 임상 중간결과를 반영해 임상설계 요소들의 변경을 유연하게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두드러진 변이주 특성을 고려한 임상 평가지표를 내달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해외 시장 개척 지원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식의약 정책 전략 추진단을 구성해 국제 통상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제도를 비교·분석해 수출을 지원하는 등 국산 품목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헬스기기의 해외 수출 지원을 위한 국내 가이드라인 국제화에도 나선다. 디지털헬스기기는 최근 전 세계적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가 간 인·허가 규제 차이로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상황이다. 이에 양자·다자 채널을 활용해 국내 가이드라인을 확산시켜 국제 규제기준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보다 광범위한 혁신제품의 신속심사 지원에도 나선다. 국내는 지난 2020년 8월부터 생명에 위협적이거나, 중대한 질환 치료제(항암제 등 23개 품목)를 대상으로 신속심사제도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최근 신기술을 적용하거나 혁신성이 뛰어난 제품에 대한 발 빠른 상용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내달까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를 신설, 개발(임상) 초기부터 신속심사 대상을 지정해 심사 및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임상 일부 자료는 시판 후 제출 가능토록 하고, 글로벌 심사기준을 국내 가이드라인 반영전에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신기술 혁신 제품의 심사기간을 기존의 75% 이하 수준까지 단축하겠다는 목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혁신제품의 신속한 글로벌 시장 진입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불필요 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는 것이 이번 혁신과제의 핵심"이라며 "과제 개선을 위한 법령 정비, 행정조치 등을 조속히 추진해 국민이 변화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