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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뒤틀린 척추·어긋난 턱…철장보다 잔인한 개농장의 근친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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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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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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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견 로스코는 오랜 철장 생활과 근친교배 영향으로 2년 전 동물권단체 활동가들에게 구조될 당시 허리가 기형에 가깝게 뒤틀려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대학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끝에 올 초부터는 마음껏 뛸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즈음 로스코가 퇴원하고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돌아와 뛰는 모습./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도사견 로스코는 오랜 철장 생활과 근친교배 영향으로 2년 전 동물권단체 활동가들에게 구조될 당시 허리가 기형에 가깝게 뒤틀려 있었다. 지난해 말부터 대학 동물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끝에 올 초부터는 마음껏 뛸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즈음 로스코가 퇴원하고 인천 계양산 개농장에 돌아와 뛰는 모습./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네살 도사견 로스코는 사람을 좋아한다. 손을 뻗으면 쓰다듬어 달라고 몸을 비빈다. 그렇다고 로스코가 사람을 향해 뛰어갈 수는 없다. 2년 전 인천 계양산 개 농장에서 구조될 때 로스코 허리는 뒤틀려 있었다. 탈구가 잦아 걷지를 못했다. X-ray(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뼈 구조가 기형에 가까웠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오랜 철창생활. 다른 하나는 근친교배였다.

개 농장 근친교배는 흔한 일이다. 자연스럽게 벌어질 때도 있다. 식용견들은 대부분 가로·세로·높이 1m 남짓 철장에 형제들 대여섯마리와 맞붙어 산다. 하지만 상당수 근친교배는 품종개량을 목적으로 이뤄진다. 개 농장주들은 식용견마다 등급을 매긴다. 높은 등급을 받은 형제·자매 식용견을 교배하는 식이다.

그래서 적잖은 식용견이 로스코처럼 기형을 앓는다. 가장 흔한 건 어긋난 턱이다. 위턱이나 아래턱이 튀어나와 사료를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는 개들이 많다. 앞 뒷다리가 안쪽으로 휜 개도 적지 않다.

로스코는 지난해 말 대학 동물병원에 입원해 수술받았다. 하지만 태생적인 기형을 온전히 극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계양산 개 농장서 자원봉사를 하는 김왕영씨(27)는 돼지고기, 소고기를 종종 먹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개고기 먹지 말라' 말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개 농장을 조금씩 없애야 한다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그는 "적어도 불법적으로 교배, 도축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농장에 남은 식용견 150마리...견사에 비가 샌다


12일 계양산 농장 슬레이트 견사에서 도사견 젤리가 웃고 있다. 젤리는 비닐하우스 견사에 살다가 옆 칸 개에게 다리를 물려 치료를 받고 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해 손을 대면 몸을 부빈다고 한다./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12일 계양산 농장 슬레이트 견사에서 도사견 젤리가 웃고 있다. 젤리는 비닐하우스 견사에 살다가 옆 칸 개에게 다리를 물려 치료를 받고 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해 손을 대면 몸을 부빈다고 한다./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동물권 단체들은 2020년 계양산 개 농장에서 식용견 253마리 소유권을 받아냈다. 개 농장주를 오래 설득했고 미국에 살던 한 교포가 '포기 위로금' 명목으로 3300여만원을 줬다.

14일 기준으로 농장에 아직 개 150마리가 산다. 농장은 산비탈을 따라 위쪽에 비닐하우스 세 동, 아래쪽에 슬레이트 견사(犬舍) 한 동으로 이뤄졌다. 이제 계양산 시민 동물보호소에 속한 자원봉사자들이 농장을 관리한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렵나' 묻자 김왕영씨는 "시설이 열악하다"고 했다.

하투(夏鬪)가 따로 없었다. 겨우내 방한을 위해 지은 비닐하우스 견사는 여름에는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이날 바깥 기온은 섭씨 27도, 비닐하우스 안은 35도였다. 비닐 재질 특성상 열이 바깥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았다. 앞뒷문을 열고 한 동마다 환풍기 4~5대, 대형 선풍기를 기부받았지만 역부족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어떤 개들은 배를 뒤집고 앞 뒷다리를 부들부들 떤다. 그럴 때면 자원봉사자들은 시원한 물을 끼얹는 것밖에 방법은 없다.

지난 8~9일에는 폭우가 내렸다. 슬레이트 견사 지붕은 인수할 때부터 이곳저곳이 파손돼 있었다. 급한 대로 방수포를 갖다 댔더니 이제는 낡은 콘크리트 벽에 빗물이 스며들었다. 폭우 때 자원봉사자들은 바닥에 찬 물을 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난달 농장 주변에 배수로를 새로 팠지만 간간이 내린 비에 잡초와 흙이 배수로를 메웠다.

2020년 동물권단체들이 계양산 개농장에서 식용견들 소유권들 포기받을 당시 사진. 가로,세로,높이 1m 남짓 철장에 개 여러마리가 함께 살아야 했다. /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2020년 동물권단체들이 계양산 개농장에서 식용견들 소유권들 포기받을 당시 사진. 가로,세로,높이 1m 남짓 철장에 개 여러마리가 함께 살아야 했다. /사진제공=계양산 시민동물보호소 아크.

그렇다고 견사를 새로 지을 수는 없다. 철거될 운명이기 때문이다. 계양구청은 지난해부터 보호소 측에 농장 철거를 통보했다. △해당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이라는 점 △신고 없이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계양구청은 식용견 소유권을 포기 받은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와 아크 대표를 형사 고발했다. 또 농장을 철저하지 않은 데 대해 이행강제금 724만원을 부과했다.

케어 관계자는 경찰 단계에서 '혐의없음' 사건이 종결됐다. 아크 대표는 검찰로 넘어갔지만,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케어와 아크는 이행강제금을 두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낸 상황이다.

이들은 구청 처분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농장주는 돈벌이를 위해 견사를 짓고 분뇨 배출시설을 지은 거고 우리는 개들을 구조해서 들어간 것이라 전혀 다른 상황이지 않나"라며 "구청이 골머리 앓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우리가 해결했는데 시설이 형사고발하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이어 "하지만 시설 자체가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며 "개들을 위해서라도 새 보호소 부지를 찾지만 아직 소득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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