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레고켐바이오…내달 ADC 플랫폼 임상결과 첫 공개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레고켐바이오 (66,200원 ▼2,000 -2.93%)가 항체약물접합(ADC) 플랫폼 기술 첫 임상 결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성과에 따라 그동안 달성한 5조원 규모 누적 기술수출(라이센스아웃) 계약의 가치를 입증할 뿐 아니라 추가 기술이전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16일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는 내달 6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하는 '월드ADC써밋'을 통해 HER2-ADC 후보물질(LCB14, FS-1502)의 고형암 대상 임상 1a상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에 임상 결과가 공개되는 HER2 ADC는 지난 2015년 레고켐바이오가 중국 푸싱(복성)제약에 기술수출 한 물질이다. 중국 판권을 보유한 푸싱제약이 현재 임상을 진행 중이며, 익수다 테라퓨틱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의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내달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서 개최되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월드ADC써밋으로 발표 시기를 앞당겼다. 상대적으로 ADC 기술에 관심이 많은 기업 및 관계자가 참가하는 전문 학회 발표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해로 9회를 맞는 월드ADC써밋은 매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DC 분야 글로벌 최대 학회다. 행사 이후에는 학회에서 선보인 기술 중 9개 우수 부문을 선정해 '월드ADC어워즈'를 시상한다. 레고켐바이오는 해당 어워즈에서 유일하게 4년 연속 '베스트ADC플랫폼테크놀로지' 위너에 선정된 기업이다. 지난해 심사위원들은 레고켐바이오 기술에 대해 '어떤 톡신과도 접합할 수 있는 매우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ADC는 높은 치료효과를 보유한 약물을 항체에 부착해 전달력을 높이는 기술이다. 플랫폼 기술 특성상 호환 여부에 따라 다양한 약물과 접합이 가능하다. 레고켐바이오는 원천기술인 'Conjuall'과 'LegoChemistry' 2가지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면역항암제 및 항생제 플랫폼 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발표는 관련 기술로 다수 기술수출 성과를 쌓아온 레고켐바이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임상의 기반이 된 푸싱제약과의 계약이 첫 기술수출이기 때문이다. 레고켐바이오는 특화된 ADC 플랫폼 기술을 앞세워 2015년 푸싱제약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누적 9건, 총 5조원 규모에 달하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지난 2020~2021년에만 7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ADC 플랫폼 분야 강자로 급부상했다. 계약 규모 역시 가장 최근에 체결한 2건이 모두 1조원대를 달성할 정도로 높은 기술 가치를 증명한 상태다. 때문에 이번 학회를 통해 긍정적 지표를 도출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추가 기술수출 성과가 가시화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계약들의 임상 진행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 유입 가속화도 기대된다.

실제로 그동안 누적된 ADC 관련 계약들은 하나둘 개발을 본격화 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익수다에 수출한 후보물질의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계획 중이다. 내달 학회서 익수다가 발표에 나서는 만큼, 구체적 계획을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 익수다와 같은해 후보물질 'ROR1-ADC'를 도입한 시스톤 역시 지난 4월 진행성 림프종 및 고형암 대상 미국 임상 1상 환자 등록을 시작했다. 이에 지난달 관련 기술료가 유입되기도 했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레고켐바이오에 대해 "올해 최소 2개 이상의 글로벌 대형제약사와 ADC 물질 및 플랫폼 기술이전을 추진 중으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다수 ADC 플랫폼 및 물질 기술이전 계약으로 경쟁력을 입증했지만, 하반기 글로벌 대형사들과의 계약이 추가된다면 높아진 수요와 경쟁력을 재차 입증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기술이전 계약에 있어 실제 임상 데이터가 있는 경우를 선호하고 논의 과정에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번 발표를 통해 임상 데이터가 도출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대형사를 비롯해 논의 중인 파트너 후보들과 추가 기술이전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