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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한국정치는 전문가라는 함정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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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규 21세기공화주의클럽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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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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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정책위원장
김동규 정책위원장
고등학교 때 일이다. 하루는 체력검사가 있었는데 나는 턱걸이를 하나도 못했다. 달리기도 윗몸일으키기도 공던지기도 높은 점수였지만 턱걸이는 0점이었다. 옆에 계신 체육선생님이 "혹시 너 야구 투수했었니"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중학교 때 매일같이 야구를 했고 투수를 맡았다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은 "원래 투수를 하면 근육 쓰는 것이 달라서 턱걸이를 잘 못해"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특정 운동을 열심히 하면 다른 운동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정신적인 일도 그렇다. 역사가와 철학자는 생각의 사용법이 많이 다른데 사물을 볼 때 역사가는 차이를 보지만, 철학자는 공통점을 본다. 그래서 역사가가 철학책을 보면 제멋대로 일반화하는 것 같아 말 잘하는 야바위꾼 같아 보이고 철학자가 역사책을 보면 말만 많고 핵심을 놓치는 수다쟁이 같아 보인다. 몸의 근육만큼이나 생각의 근육도 한쪽으로만 쓰게 되면 다른 일을 할 때 방해가 될 수 있다.

정치는 우리 공동체 전체를 다룬다. 정치가의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대통령의 일인데 대통령이 하는 일을 보면 정치가 얼마나 전체와 관련되는지 알 수 있다. 외교관은 외교만 챙기면 되고 경제관료는 경제만, 검사는 수사·기소만, 군인은 국방만 챙기면 된다. 이들은 전문가다. 하지만 대통령은 가뭄도 챙기고 홍수도 챙기고 북한 핵문제도 챙기고 집값도 챙기고 물가도 챙기고 저출산도 챙기고 BTS 군복무 문제도 챙겨야 한다. 정치공동체의 모든 일을 다 챙겨야 한다. 정치는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여서는 안 된다. 정치가는 법률가여서도 안 되고 관료여서도 안 되며 야구선수여서도 안 되고 철학자·역사가여서도 안 된다. 정치가는 정치가여야 한다. 물론 법률가 출신이어도 되고 관료 출신이어도 되고 야구선수나 철학자·역사가 출신이어도, 농어민 출신이어도 된다. 하지만, 특정 전문분야를 떠나 정치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과거 훈련해 온 생각의 근육들을 빨리 풀어줘야 한다. 공동체 전체를 만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생각의 근육이 한쪽으로 굳어진 사람은 '꼰대'가 된다. 세상이 얼마나 다채롭고 다양한지 모르면서 자신이 살아온 좁은 세계에 갇힌다. 그에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재미가 없다. 평소 안 쓰던 생각의 근육을 쓰려니 힘만 들고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논어(論語)에서 공자가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한 것이다. 군자는 정치가를 의미하고 그릇은 특정한 모양이 굳어진 전문가를 의미한다. 전문가 출신인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자신이 전문가, 즉 모양이 굳어진 그릇이면서 그것만 가지고도 정치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정치가는 공동체 전체와 상식 수준에서 편안하게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동체와 함께 공감(共感)하고 공론(公論)하며 모두가 가지고 태어난 '정치적 이성'을 공적으로 사용하고 키워나가는 사람이다. 어쩌면 전문가가 정치가를 대신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릇이 군자가 되기 위해서는 '퀀텀점프'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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