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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죄가 아니듯 반지하가 죄는 아니다[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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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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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저녁 서울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홍모씨(46) 가족 세 명이 숨졌다. 폭우로 불어난 물이 빌라 지하주차장을 채우고, 주차장 옆 홍씨의 집까지 들이닥쳤다. 이웃이 갔을 때 반지하 주택은 이미 물에 잠겨 있었다. 좁은 창에 설치된 방범창은 이웃 주민들이 뜯어내기엔 너무 튼튼했다. 112와 119에 홍씨 가족을 살려달라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과 소방관들은 먼저 들어온 다른 구조신고에 대응하느라 바빴다. 서울 한복판에서 세 가족이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불과 몇시간 전 비가 들치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반지하 주거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지하는 기생충이라는 영화에서 사업에 실패한 기택의 가족이 살던 집처럼 인생의 '막장'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홍씨는 흔히 말하는 도시 빈민이 아니었고 실패한 인생도 아니었다. 홍씨는 전용 76m²(23평) 크기 이 반지하 주택 소유자였다. 2015년 1억3000만원에 사들였다.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외환은행에서 4000만원 가까이 융자를 받았다. 다른 자산이 없다면 구입 당시 순자산은 9000만~1억원 정도였던 셈이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자산 기준 홍씨의 위치는 4분위(순자산 기준 하위30~40% 구간, 평균 9578만원)에 속한다. 중산층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빈민층이라고 할 수도 없다.

홍씨는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된 소득도 올렸다. 홍씨는 백화점·면세점 관련 외국계 업체에 재직하면서 노조 활동도 열성적으로 했다. 홍씨는 미성년 딸이 있는 한부모 가족 가장이었는데, 구청에 따르면 그동안 한부모가족 양육지원 신청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 만 18세 미만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세대주는 소득이 중위소득(2022년 4인가구 기준 512만1080원)의 52% 이하(266만2962원)면 양육비를 받을 수 있고, 60%(307만2648원) 이하면 건강보험료 경감, 주거지원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홍씨의 정확한 소득 규모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생계급여나 의료급여는 더 낮은 소득자(기준 중위 소득의 40%)에게 지급한다.

반지하 문제를 단순히 빈민, 저소득층 주거지원 정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반지하 거주자에게 입주권을 줬다고 해도 홍씨의 가족은 혜택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다. 자산이나 소득이 더 적은 가구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습하고 사생활 보장도 안되는 반지하에 선뜻 보금자리를 꾸미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반지하가 특수하지만은 않은 주거형태로 자리잡은 것은 수도권 과밀화와 그에 보조를 맞추지 못한 주거 정책때문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지난 정부 공급 확대가 아닌 세금을 통한 매매 수요 억제 위주의 주거 정책은 반지하 수요를 굳건하게 했다.

구글어스를 보면 홍씨의 빌라 지표면은 해발 16미터다. 300미터 정도 떨어진 신대방역 아래 도림천 15미터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번 물난리가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홍씨의 집과 같은 저지대가 적지 않은데, 비상시 출입구 확보 매뉴얼 하나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게 비정상적이다. 이것이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나라의 수도의 현실이다.

'장기적인 반지하 퇴출'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서울시가 대책으로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하고 나왔을 때 반지하 거주자들이 반발한 것은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반지하의 존재' 자체로 돌리는 당국의 태도 때문이다. 강남이 물에 잠겼다고 해서 강남의 존재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소득격차, 자산격차 문제로 돌리려는 태도 역시 또다른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다. 반지하가 감소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최소 십수년 동안은 누군가의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그곳에 터잡은 이들이 안전과 주거권을 누릴 수 있게 하는 방법을 더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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