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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파토스 정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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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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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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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말로 자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함으로써 정치적 지지를 얻는다. 진실을 왜곡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교란하는 궤변을 늘어놓기는 쉽지만 최고 덕목으로서 웅변술을 갖추기는 어렵다. 육체의 사용보다 언어의 사용을 더 고유한 인간성으로 본 아리스토텔레스도 같은 고민이었다. 그 결과물이 기원전 4세기 저서 '수사학'(修辭學, The Rhetoric)이다. 그는 언어의 부당한 사용을 막고자 그 내용과 형식을 '로고스'(logos, 분별과 이성) '파토스'(pathos, 희로애락의 감정) '에토스'(ethos, 도덕률과 시대정신)로 구분해 논했다. 로고스와 에토스를 중시했지만 파토스의 변증법도 무시하지 않았다.

바야흐로 '파토스 정치'의 시대다. 먼저 외교무대를 보자. 외교는 말로 하는 전쟁, 전쟁은 무기로 하는 외교다. 대만 방문을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와 중국 당국자의 설전은 파토스 정치의 정수를 보여줬다. 펠로시 의장은 자유, 민주주의, 인권, 국제연대라는 로고스와 에토스 가치를 내세워 시진핑정부를 압박하는 동시에 그 가치수호를 위해 중국의 어떤 위협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파토스적 결기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하나의 중국'이라는 자국 중심 로고스를 강변하면서 호전적 언사와 무력시위를 마다하지 않은 중국식 파토스 외교는 그 민낯을 드러냈다.

파토스 외교가 강대국의 전유물이 아닐진대 대만 사태를 애써 강 건너 불 보듯 하려는 우리 정치인들의 소극적 대응에는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과연 대만해협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 서해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까. 제 이웃을 겁박해 속국으로 삼으려는 중국의 공격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덜어주는 웅변은 우리 정치인의 몫이 아니었던가. 한미동맹에 대한 원론적 말치레 외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을 포함해 누구 하나 중국이라는 위협의 본질을 꿰뚫는 외교적 수사조차 내놓지 못했다. 국내의 갑론을박 이슈에 대해서는 격한 파토스적 팬덤정치를 마다하지 않던 국민의 대표들은 다 어디 갔단 말인가.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향하는 이유도 파토스 정치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반대진영의 비판에 "법대로" "전정권보다는"이라는 말로 되받는 게 율사들이 많은 집권여당에는 일견 논리적이었겠지만 그건 정녕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았을 때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진심의 눈물을 흘렸더라면 그 이후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가 영결식에서 보인 때늦은 눈물은 악어의 눈물이라는 조롱거리가 됐다. 광우병 파동 때 객관적 발병확률이라는 로고스적 대응만으로 화를 키운 이명박정부도 마찬가지다. 파토스 정치의 귀재 탁현민씨를 계속 가까이 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디스토피아 시대를 사는 보통사람들은 정치인의 따뜻하게 감싸는 말과 희망의 메시지로 위로받고 싶다. "우리에겐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이순신 장군의 파토스적 포효에 영화 '한산: 용의 출현' 관객들이 환호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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